'서울의 봄' 배우들 사과가 불편한 이유[우보세]

유동주 기자 2023. 12. 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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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본 영화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상호, 인물, 차량 및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는 영화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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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영화 '서울의 봄' 무대인사/사진= 유동주 기자

"본 영화에 언급되거나 묘사된 상호, 인물, 차량 및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는 영화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7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 상영이 끝난 뒤 뜨는 마지막 화면엔 분명히 이 영화가 '픽션'이라고 명시돼있다. 감독은 물론이고 제작사·배급사 모두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영화는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12·12 혹은 '유사사건'을 둘러 싼 일련의 에피소드를 시간 순서대로 편집하고 시간과 장소를 실제와 유사하게 해 관객에게 마치 실제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중계하는 것처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배우들은 잇따른 무대인사에서 '사과'를 반복하고 있다. 신군부측 배역을 맡은 이들은 스스로 죄인행세를 하기도 한다. 젊은 관객들이 정우성이 분한 수경사령관을 선(善)으로, 황정민 등이 분한 신군부 측 배역들을 악(惡)으로 생각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사과다. 영화가 그렇게 보이고 이해되도록 만들어졌다고 그들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관객들의 재미를 위한 퍼포먼스로 보는게 맞겠지만 웃자는 농담에 진지하게 반론을 펴볼 수도 있다. 관객 대다수는 12·12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 50대 이상도 1990년대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 폭발적으로 쏟아졌던 관련 언론보도와 책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읽었을 뿐이다. 불과 44년 전의 현대사지만 그 맥락을 아는 관객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게 현실이다. 특히 MZ세대는 더 그렇다.

그런 배경을 생각해보면 영화가 근현대사를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역사를 영화로 만들어도 '허구'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이해관계자들이 아직 살아있기도 하고 관객들이 그 허구를 걸러내는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도 수경사령관이 사령부를 나와 직접 공수부대 행렬을 막거나 경복궁 앞에서 신군부와 대치하는 등의 장면엔 허구가 숨겨져 있다. 그런데 관객은 어디까지 가짜 역사인지 모른다. 실존 인물을 떠오르게 하지만 그 인물에 대한 묘사도 한쪽으로 치우쳐 보인다. 콘텐츠를 창작하기 위한 극적 설정이란 점을 모든 관객이 이해할 필요는 없다. 상당수 관객은 역사를 영화로 배우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명성황후'가 대표적인 사례다. 드라마·뮤지컬로 흥행했던 '명성황후'는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나 뮤지컬의 힘으로 역사 속 '민비'가 '명성황후'로 격상됐고, 이제 '민비'로 부르면 '멸칭'으로 오해받는 이상한 상황이 됐다. '서울의 봄'에서도 '명성황후'의 오류가 반복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의 봄' 무대인사에서 배우들이 사과하는 상황이 불편한 이유다. 제작사·배급사도 '실제 역사'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배우들이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소송이 두려워 '전두환'을 '전두광'으로 바꾸면서 허구라고 적시한 영화다. 역사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영화는 정치적 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역사와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유동주 기자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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