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남자' 장제원의 '불출마' 결단 …'희생 릴레이' 도화선되나
친윤(親윤석열 대통령)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희생' 요구에 가장 먼저 나온 응답이다. 장 의원의 결심으로 여권이 요동치는 가운데 이제 시선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나머지 친윤계 중진 의원들에게 쏠린다. 이르면 이번 주 중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장 의원은 전날인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것이 어디 있겠나"라며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의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회견 직후에도 기자들을 만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제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각오는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운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친윤 핵심으로 활약해왔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당 지도부·중진·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혁신안이 발표된 후에도 장 의원은 지금까지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혁신위의 조기 해산과 혁신안에 대한 당내 인사들의 무응답 등으로 여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면서 고심 끝 가장 먼저 백의종군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기점으로 당 지도부와 나머지 친윤 의원들의 '희생 도미노'가 일어날지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건 김 대표다. 김 대표는 지난 3월8일 전당대회에서 장 의원과 이른바 '김·장 연대'를 내세우며 당권을 잡았다. 이후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당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 하락, 혁신위의 조기 해산 등에 대한 책임론에 직면하며 최근 불출마나 험지출마, 대표직 사퇴 등 압박을 받아왔다. 내년 4월 총선까지 파급력을 유지하기 위해 결단의 시점을 미뤄온 김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을 취소하는 등 잠행하며 거취에 대한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대체로 김 대표의 결단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김기현 대표도 결단을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가장 좋은 시점은 공천관리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결단)하는 것이다. 아마 이번 주가 당에 굉장히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공론센터) 소장도 "(김 대표가 현재 잠적한 건) 당 대표직은 당연히 내려놓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기 전 입장을 표명할지, 순방을 다녀와서 대통령과 면담을 한 뒤 그만둘지 시점과 방식의 문제"라고 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안을 보고받기 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언제 어떻게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또다시 '시간 끌기'라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김 대표 외에도 친윤계 핵심으로 꼽히는 권성동·윤한홍·이철규·박성민 국민의힘 의원 등도 거취 압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장 소장은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다른 중진 의원들도 거취 표명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의 물꼬가 트였다"고 했다.
한편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과 김 대표의 거취 표명이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에 "지금 (장 의원 불출마 선언은) 총선 때 나름대로 신선한 충격을 주기엔 (시점이) 너무 빨라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 불출마 선언으로) 김기현 대표도 버티기는 힘들어졌다"면서도 "과연 이 현상들이 국민의힘 총선 전략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전략 미스가 될지는 두고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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