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마케팅 vs 근린형 쇼핑몰…불황에 맞서는 국내 백화점들
韓 대형업체 '고급화' 중견업체 '대중화' 맞춤전략으로 위기 대응
전세계 주요 백화점이 경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COVID-19)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가운데 온라인 상거래 비중이 커지면서 소매업 경쟁은 치열해진 탓이다. 반면 국내 백화점들은 대형업체들은 고급화로, 중견업체들은 대중화로 자기 살 길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스는 최근 글로벌 투자사 연합으로부터 58억달러(약 7조6400억원) 인수 제안을 받았다. 인수제안자는 부동산 전문 투자회사인 아크하우스 매니지먼트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브리게이드 캐피털 매니지먼트로, 메이시스를 인수한 뒤 상장폐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 시도는 백화점 본연의 사업보다는 부동산 가치에 중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메이시스는 백화점 매장 약 500개, 고급 백화점 체인인 블루밍데일즈 매장 32개, 블루밍데일즈 아울렛 매장 21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메이시스와 블루밍데일즈는 지난 9년 동안 매장 수를 3분의 1(280개) 가량 줄이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데이터의 리테일 애널리스트 닐 손더스는 "메이시스는 일부 플래그십 매장을 포함해 많은 자체 매장을 소유하고 있다"며 "부동산은 보수적으로 추정해 최소 60억달러의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경우 회사가 쪼개지면서 궁극적으로 사업이 해체될 가능성이 있다. CNN은 "사모펀드가 개입하면서 폐업한 대형 소매업체가 많다"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체인인 로드앤테일러, 신발 할인매장인 페이리스 슈소스, 미국 의류 브랜드인 더리미티드 등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2019~2021년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인수 제안자 중 한곳인 브리게이드 캐피털 매니지먼트도 주로 소매업종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로 특히 부실 증권, 파산 및 구조 조정 관련 투자에 특화돼 있다. 리테일 기업으로는 2020년 파산 신청한 또다른 미국 백화점 JC페니, 니만 마커스 등에 투자했다. 최근 파산 신청한 위워크의 주요 투자자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백화점 사업이 미래가 밝다고 보긴 어렵다. 단일 백화점들은 이미 코로나19 기간에 문을 닫았다. 서울 이수역의 태평백화점은 2021년에, 대전의 세이백화점은 지난해 폐점했다. 손님들을 유인할 만한 장점을 키우지 못한 탓이다.
신세계·롯데·현대 등 대형백화점들이 럭셔리 매장에 힘을 주면서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고급화전략을 앞세우며 올해 국내 백화점 단일 점포 최초로 매출 3조원을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루이비통, 끌로에 등 명품 팝업 매장을 지속적으로 열면서 부유층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도 올 연말에 루이비통을 개점하며 고급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백화점의 도산 사례가 국내에서도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사실"이라며 "불황에도 굳건한 소비를 할 수 있는 VIP 위주의 마케팅 전략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견 그룹인 AK플라자와 이랜드리테일의 경우 명품 매장이 없는 대신 근린형 쇼핑몰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K플라자는 백화점인 AK PLAZA와 쇼핑몰인 AK&을 운영해 왔으나 2021년 쇼핑몰도 AK PLAZA로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통합 변경했다. 백화점으로는 유일하게 서울 시내에 있던 구로점도 2019년 문을 닫고 수원, 분당, 평택, 원주 등 4개 점포로 운영 중이다.
이랜드리테일은 'NC백화점'에서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자제하고 NC강서점, 야탑점 등 점포명으로 부르고 있다. 백화점은 동아백화점 구미점과 NC백화점 순천점 2곳 뿐이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자사 의류 브랜드가 많다는 장점을 살려 중저가 패션에 강점을 두고 있다"며 "지난해 문을 연 NC대전유성점 등 대형 도심형 아울렛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지 기자 inj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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