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공포에 고장난 방아쇠… 저위험 권총 실효성 논란
법적 책임우려… 실전 사용 꺼려, 공권력 사용 ‘사회적 합의’ 우선
경찰이 내년부터 ‘저위험 권총’을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현장에선 과잉 대응 논란 등으로 실전 활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내년 예산 86억5천만원을 들여 저위험 권총 5천765종을 도입한다. 이를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총 예산 430억원을 투입해 권총 2만9천정을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 보급할 계획이다. 최근 흉기난동 등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1인 1권총’을 목표로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저위험 권총은 현재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38기종 권총’보다 약 25~30% 가벼운 무게다. 위력은 10의 1 수준으로 탄두가 플라스틱이어서 허벅지 등 신체에 명중하더라도 치명상을 입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실험용 권총 100정을 도입해 수차례 테스트를 거쳤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에도 일선 현장에선 과잉 대응 논란이 불거져 소송 등 법적인 책임에 휘말릴 수 있어 총기 사용이 꺼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도 일선 경찰들은 총기 대신 테이저건을 대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남부지역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범인 검거 과정에서 총기를 사용한 건수는 단 3건밖에 되지 않는다. 수원지역의 한 지구대 경찰은 “정당하게 총기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어떤 법적 책임을 지게 될지 몰라 총기 사용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도 총기 사용이 꺼려져 테이저건을 사용하고 있는데 위험률이 낮은 권총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부담감으로 인해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성급하게 도입하는 것이 아닌 단계적으로 시범 운영 후 저위험 권총이 도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위험률이 낮은 저위험 권총이 보급된다고 해도 일선 경찰관들의 부담을 줄이긴 어려울 것”이라며 “성급하게 총기를 도입하는 것이 아닌 시간대별, 지역별 단계적으로 시범운영을 하고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기 도입과 함께 시민들에게도 공권력 사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에서 경찰들이 과잉진압 논란 등을 걱정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원활한 대응을 위해 저위험 권총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송 등에 휘말릴 경우 면책 등 구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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