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 ‘활동’ 초점 맞춰 직불금 대상 판별

해외에선
프랑스·독일은 농업사회보험 가입 여부로
미국은 농업 참여시간 연 1000시간 넘어야

법률상 농업인 정의에 관심이 모이는 배경은 직불금과 관계 깊다. 2020년 공익직불제가 시행되기 전 밭농사 1000㎡(303평)를 경영하는 농업인은 연 5만원 수준의 밭농업직불금을 받았다. 공익직불제가 도입된 뒤론 같은 땅에서 그 20배가 넘는 120만원을 소농직불금으로 받게 됐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 정하는 ‘농업인’이 공익직불제 대상으로 간주되는 만큼 진짜든 가짜든 법률상 ‘농업인’인지 여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한해 직불금을 총 400조원 이상 지출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은 기본법상 농업인 정의와 정책 지원 대상으로서의 농업인 정의를 구별한다.

프랑스는 ‘농업기본법’에서 농업인을 정의하되 농업보조금 수령 자격을 갖는 농업인 정의는 별도로 규정한다. 정책적 육성 대상인 농업경영체를 규정하는 제도 역시 별도로 운용한다. 경작권허가제와 농업사회보험을 통해 진성 농업인을 가려내 지원하는 방식이다.

올해부터 EU는 공동농업정책(CAP)에서 직불금 대상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활동적 농업인(active farmer)’ 개념을 설정, 회원국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도록 했다. 프랑스와 독일은 농업사회보험에 가입한 경우를 활동적 농업인으로 인정한다. 이들 국가에선 농업인 사회보험 가입이 의무사항이다.

네덜란드는 기본법상 농업·농업인 정의를 따로 두지 않는다. 농업보조금 지원 대상은 일반기업과 동일한 사업자등록을 기준으로 적용한다. 사업자로 등록한 농업인은 활동적 농업인으로 인정받는다.

미국에서 핵심 정책인 농업직불금 대상이 되려면 ‘적극적으로 농업에 참여(Actively Engaged in Farming·AEF)’ 요건을 갖춰야 한다. 농업법상 농업경영에 필요한 자본·장비·농지 보유와 적극적 노동 및 경영제공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경우 AEF를 충족한 것으로 본다. ‘적극적 노동’은 농지 준비나 재배·수확·판매 등에 연 1000시간 이상을 투입해야 인정된다.

미국은 정책 대상 농가에 ‘농가식별번호’를 부여한다. 식별번호가 있으면 정책자금 대출, 재해 지원금 수급, 농작물보험료 지원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식별번호를 받기 위한 농지면적 기준은 없다. 담당 공무원이 농장을 불시에 방문해 정책 지원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다만 취미농은 식별번호가 있더라도 세제 혜택에서 제외된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농업경영체와 유사한 ‘인정농업인’ 제도를 운용한다. 인정농업인은 대개 농업소득이 350만∼600만엔(3000만∼5000만원), 노동시간이 1800∼2000시간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