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 효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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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라니 민망합니다. 그저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거죠."
치매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일은 절대 녹록지 않다.
그렇게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세월이 13년째다.
아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머니의 치매 증상은 많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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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째 치매 어머니 건강 챙겨
“효자라니 민망합니다. 그저 병든 어머니와 함께 사는 거죠.”
치매를 앓는 91세 노모를 극진히 돌보며 함께 사는 67세 아들의 효성이 묵직한 울림을 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대구 달서구의 박상근씨(대곡동). 2남 3녀 가운데 맏이인 그는 어머니 고농선 여사가 2008년쯤 신장질환으로 고통을 겪을 때부터 병구완을 도맡았다. 치매 증상이 심한 어머니가 가출도 하고, 이웃 차량을 파손하기도 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박씨 아내와 아들은 호주에서 시민권을 얻어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조상 대대로 살아온 대곡동에서 노모와 함께 생활한다. 월배농협(조합장 박명숙) 이사인 그는 한때 통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는 데 있어 주민 편에서 열심히 일했다.
통장으로 일할 때나 현재 농협 이사로 활동하면서도 삶의 최우선 과제는 바로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것이다.
치매 어머니와 함께 사는 일은 절대 녹록지 않다. 가출 위험이 있어 박씨의 외출도 극히 제한적이다. 외부활동을 하다가도 밥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박씨는 “치매 초기에 증상이 심할 땐 하루에도 몇번씩 문을 열고 나가시는 바람에 혼쭐이 났다”면서 “한번은 이웃집 외제차량 몇대를 흠집 내 차 주인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해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 손을 결코 놓지 않았다. 하루 세끼를 꼬박 챙기며 건강을 살뜰하게 챙겼다. 그렇게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세월이 13년째다.
아들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머니의 치매 증상은 많이 좋아졌다. 박씨는 “가끔 자식들 얼굴을 못 알아볼 때도 있지만, 치매 초기 때만큼 이상행동을 하시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명숙 조합장은 “박 이사는 집으로 돌아갈 땐 반드시 어머니가 좋아하는 간식을 챙긴다. 요즘 시대 보기 드문 효자”라고 말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뇌출혈로 큰 수술을 받았지만 퇴원하자마자 바로 어머니를 돌보는 삶으로 돌아갔다. 그에게 효는 어떤 의미일까.
“효도요? 그런 거창한 개념을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요. 그저 어머니 곁에서 울고 웃고 같이 늙어가는 것뿐이죠. 굳이 말하자면 어머니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 그게 효도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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