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질병 X’의 시대

최소임 기자 2023. 12.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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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축산농가들에게 잊지 못할 한해가 될 것이다.

특히 ASF나 고병원성 AI의 경우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백신이 부재해 바이러스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했던 것처럼 농장 내부에도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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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축산농가들에게 잊지 못할 한해가 될 것이다. 제1종 가축전염병 4개가 터진 기록적인 해이기 때문이다.

5월 4년4개월 만에 터진 구제역은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다. 10월에는 국내에서 확진 사례가 없던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이 발생했다. 양돈농가를 괴롭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계절과 상관없이 발병하고 있으며 점차 발생지가 남하하는 추세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도 이번 겨울 철새와 함께 어김없이 찾아왔으며, 지난여름에는 고양이에게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기도 했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백신을 접종하는 등 절차에 따라 방역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질병을 근절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ASF나 고병원성 AI의 경우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백신이 부재해 바이러스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제1종 가축전염병 외에 제2종·3종 전염병들도 여전히 활개 치며 농장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질병 컨트롤이야말로 축산농장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다.

더욱 무서운 것은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전염병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8년 연구개발 청사진’ 보고서에서 적절한 대응책이 없어 연구가 시급한 가상 질병을 ‘질병 X’라고 명명했다. 실제로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바이러스로 인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은 바 있다. 기존에 발생했으나 몇십년간 발현되지 않아 소멸한 줄 알았던 질병이 변이돼 다시 발생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 등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됨으로써 야생동물과 농장동물 또는 사람과의 접촉이 늘어나고 있기에 ‘질병 X’의 위험성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축산농장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만큼이나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코로나19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했던 것처럼 농장 내부에도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히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구조로 설계된 축사의 경우 시설 현대화를 통해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하지 못하는 축사로 전환이 필요하다. 농장 내 외부인 출입을 막고 축사에는 반드시 소독시설을 거쳐 들어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정도면 되겠지’ 식의 안일한 대처는 바이러스 확산을 부채질할 뿐이다. 기본을 지키는 게 미지의 질병으로부터 농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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