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 열기 찬물 끼얹은 ‘고향e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에 참여하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길래 기부하려고 했다가 오류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고객센터에선 접속량이 많은 시간을 피해 다시 접속해달라는 답변만 반복해 황당했습니다. 이 정도면 기부하고 혜택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닙니까."
최근 포항은 제철 과메기를 고향기부제 답례품으로 제공하면서 열띤 기부 참여를 이끌고 있는데, 이로 인해 증가한 트래픽(접속량)이 고향사랑e음을 마비시켰다는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월 이후 관심 높아지는 추세
급증한 접속량 감당못해 오류
시간 지날수록 정체 심해질듯
‘연말 특수’ 기대한 지자체 한숨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에 참여하면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길래 기부하려고 했다가 오류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고객센터에선 접속량이 많은 시간을 피해 다시 접속해달라는 답변만 반복해 황당했습니다. 이 정도면 기부하고 혜택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 아닙니까.”
통상 기부가 몰리는 연말이 되면서 고향기부제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기부창구인 ‘고향사랑e음’이 접속량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오작동을 일으키면서 기부 열기를 오히려 꺼트리는 모양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양천갑)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고향기부제 실적을 공개한 전국 194개 지방자치단체의 1∼10월 모금 총액은 198억7000만원이다. 지자체 한곳당 약 1억240만원씩 모금된 셈으로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실적이다.
다만 10월 이후 분위기가 크게 반전하는 양상이다. 연말정산을 앞두고 고향기부제가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은 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제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네이버 데이터랩을 통해 10월초부터 최근까지 고향기부제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12월4일 주간 검색량은 10월2일 주간 대비 약 8배나 급증하면서 올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런 관심이 실제 기부로 오롯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위탁받아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이 늘어나는 접속량을 감당하지 못해 각종 오류를 빚어내면서다. 이달 1일부터 11일 오후 현재까지 고향사랑e음에는 약 400건의 민원이 게재됐는데, 대부분 ‘이중결제가 됐다’ ‘기부내역이 사라졌다’ ‘회원정보가 없어졌다’는 등 심각한 오류를 지적하는 내용이다. 문제가 수일째 지속되지만 ‘접속량 증가로 발생하는 일시적 문제’라는 답변만 달려 기부자들의 답답함은 커지고 있다.
최근 고향사랑e음 먹통 현상을 두고 ‘경북 포항 과메기가 서버를 다운시켰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퍼졌다. 최근 포항은 제철 과메기를 고향기부제 답례품으로 제공하면서 열띤 기부 참여를 이끌고 있는데, 이로 인해 증가한 트래픽(접속량)이 고향사랑e음을 마비시켰다는 것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사실관계는 파악이 안된다”면서도 “최근 포항에 기부가 크게 는 건 사실이고, 우리 쪽으로도 기부를 하고 싶은데 오류로 못한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번 문제에 대해선 연말에 기부가 몰릴 것을 예측하지 못하고 서버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물리적 서버는 급속한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면서 “기부가 몰리는 연말엔 고향사랑e음 정체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고향기부금 연말 특수’를 기대한 지자체들은 속이 탄다. 고향사랑e음 구축비와 올 한해 운영비는 약 90억원으로 이는 전국 243개 지자체가 전액 분담했다. 이 가운데 서버 구입에 들어간 돈만 약 14억원으로 파악된다. 향후 서버 증설 등 개선이 되더라도 비용은 전부 지자체에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그 많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연말 기부 참여를 이끌기 위해 파격적 이벤트도 구상하고 있는데, 이대로면 이벤트를 한들 민원만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푸념했다.
이번 일이 서버 증설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는 “최근 행정망 마비 사태에서 보듯 경직된 행정시스템이 근본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면서 “수많은 정보가 단일 통로로 움직이며 여러 제도적 통제를 거치도록 설계된 관 주도 시스템에서는 이번과 같은 병목현상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