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겨울을 극복한 창조적 과학, 온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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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을 보러 마곡사를 다녀온 것이 어제 일 같은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이 되었다.
우리는 혹한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돌 구조 난방 방식을 창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단계 더 진화되어 초기 철기시대에 지금과 같은 온돌의 원초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고래(방의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식 구들을 개발했다.
혹한을 극복한 온돌 구조는 우리의 고유한 창조적 지혜이며 과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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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을 보러 마곡사를 다녀온 것이 어제 일 같은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는 12월이 되었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는 겨울에 신체적 추위와 도심에서 눈으로 인한 불편함을 느낄 뿐 생존의 두려움은 갖지 않는다. 그러나 불과 70여년 전에 농업이 우리 산업의 기반이었던 시절에 겨울은 모든 농산물의 생산이 중단되는 혹독한 시기였으며 매서운 추위를 극복해야 하는 투쟁의 시간이었다.
먼저 기나긴 겨울을 지내기 위해 음식을 저장해야 했다. 그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원래의 맛이 아닌 발효된 특별한 맛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지금도 어머니가 김치를 담그시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숙성이 되어야 ‘김치가 맛있게 익었다’고 말씀하신다. 본래의 성질을 삭혀서 내는 맛이란 정말 독특하고 깊은 맛의 세계이다. 생각해보면 한옥도 지금 막 지은 새집보다는 세월이 묻어난 오래된 한옥을 볼 때에 오히려 멋스럽다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 민족의 조형 의식 역시 이러한 독특하고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또 혹한에서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요구는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혹한을 극복하기 위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돌 구조 난방 방식을 창조했다. 모든 인류는 원시시대에는 움집을 짓고 가운데 노(爐)를 두고 난방과 취사 그리고 조명 역할을 겸하도록 했다. 청동기시대에는 난방을 위한 노와 취사를 위한 부뚜막이 분리되었다. 이것이 발전되어 서양의 주거는 난방을 위한 벽난로와 요리를 하는 부엌의 부뚜막으로 되었다. 일본의 전통 민가는 마루에 난방을 위한 노가 있고 요리를 하는 부뚜막이 있는 것이 기본적인 구성이다. 지금은 테이블 아래 난방기를 놓고 천으로 덮은 코타츠를 노 대신 난방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의 모든 나라는 노와 부뚜막이 분리된 형태로 구성된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한단계 더 진화되어 초기 철기시대에 지금과 같은 온돌의 원초형이라고 할 수 있는 고래(방의 구들장 밑으로 낸 고랑)식 구들을 개발했다. 온돌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불을 때는 아궁이, 방 밑에 화기를 통하게 해 난방을 하는 방(구들)고래, 연기가 빠지는 굴뚝으로 구성된다. 이제 온돌 난방 방식은 전세계에 많이 보급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코리안 하우징(Korean housing)이라 하면 온돌 난방 방식이 설치된 집을 말한다.
우리만의 고유 문화인 온돌은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되고 지속적으로 재창조되어 주거생활과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회문화적 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혹한의 기후환경에 지혜롭게 적응하고 대처해온 우리 조상의 창의성이 발현된 문화라는 점에서 가치가 인정되어 2018년 4월30일 국가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됐다. 혹한을 극복한 온돌 구조는 우리의 고유한 창조적 지혜이며 과학인 셈이다.
이규혁 건축가·한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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