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드라마 ‘전원일기’와 농촌 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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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미수(米壽·88세)를 맞이할 어머니는 케이블TV에서 재방송하는 드라마 '전원일기'를 날마다 시청한다.
'전원일기'는 농촌마을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상 이야기를 소재로 23년간 1000회 넘게 방영한 국민 드라마다.
이 사업은 단순히 농촌 빈집의 활용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올 4월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농촌에 방치된 빈집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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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미수(米壽·88세)를 맞이할 어머니는 케이블TV에서 재방송하는 드라마 ‘전원일기’를 날마다 시청한다. 이 드라마가 1980년 첫 방영됐으니 어머니 생의 절반 가까이 함께하고 있는 셈이다. ‘전원일기’는 농촌마을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일상 이야기를 소재로 23년간 1000회 넘게 방영한 국민 드라마다. 지난해에는 이 드라마의 향수를 겨냥한 예능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예전 출연진이 옛 추억을 더듬으며 전원생활을 펼치는 구성이다.
얼마 전에는 배우 최불암씨도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극 중 ‘김 회장’으로 불리며 아버지 역을 맡았던 그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게 ‘전원일기’와 이 예능 프로그램 간의 연계성을 강조하며 “시청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보여줄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원에서 단순히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먹고 즐기는 게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가치를 전달하고 시청자와 교감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양파값이 폭락해 농민들이 고충을 겪을 때, 이 모습을 ‘전원일기’에서 배추를 갈아엎는 장면으로 빗대어 표현해 당시 방송정지 처분을 받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분노를 표출하지 못했던 농민들의 심경을 대변하고, 드라마를 통해 대신 전달한 것이다. 그는 식사할 때 집안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족간 식사 예절과 같은 미풍양속을 알리는 데 ‘전원일기’가 일조했다고도 했다. 이를 보면 1000편이 넘는 작품에 시청자와 교감할 수 있는 가치가 다양하게 채워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최근 농촌정책 중에도 이처럼 가치를 제공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바로 전남 해남군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민관합동 빈집 재생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단순히 농촌 빈집의 활용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한 입주자 가족에게는 삶의 희망이란 가치를 제공한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을 조성하며, 이 주택을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의 전학가구에 지원하고, 나아가 지역 내 일자리까지 알선하는 것이다. 전원생활에 대한 욕구가 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기지 못한 도시민에게 이는 솔깃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감당하기 힘든 도시의 집값과 경쟁에 지친 학부모들에게 이 사업은 새로운 삶의 희망까지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기대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3만8988채던 농촌 빈집은 지난해 6만6024채로 크게 늘었다. 심지어 활용 가능하다고 파악된 빈집 가운데 실제 활용된 비율은 1%를 넘지 못한 실정이다. 환경·위생·안전 등을 생각했을 때 농촌 빈집 문제는 해당 마을뿐만 아니라 농촌사회 전체의 문제로 볼 수 있어 해결이 시급하다.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올 4월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2027년까지 농촌에 방치된 빈집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더불어 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놨다. 빈집을 개보수해 귀농·귀촌인 임대주택, 어린이·청소년 활용 공간, 마을호텔 등을 조성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계획이 목표한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빈집에 거주하거나 이를 활용할 당사자들의 욕구가 충족돼야 한다. 또한 거주자의 생활 여건까지 세심히 고려돼야 한다. 지역민의 공감과 협력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농촌 빈집 관련 정책은 지역민과 사용자가 교감할 수 있는 가치를 찾는 일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그래야 빈집이 따뜻한 온기를 되찾을 수 있다. ‘전원일기’가 어쩌다 국민 드라마가 된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김영만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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