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불출마에 김기현 사면초가… 대표 사퇴 압박에 칩거
'친윤 핵심' 상징 후퇴...김 대표 거취 압박 극대화
'잠행' 돌입한 김 대표...비대위 전환 가능성 대두
'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의원이 12일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혁신의 첫 관문인 '희생' 요구에 비로소 화답하며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장 의원과 함께 용퇴 대상으로 지목된 김기현 대표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대표직 사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음 수순인 비상대책위 체제 전환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일정을 취소한 채 칩거에 들어갔다.
'친윤 핵심' 장제원 불출마에...김기현, 거취 압박 '정점'
장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 총선 승리를 응원하겠다. 제가 가진 마지막을 내어 놓겠다"며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달라"고 밝혔다. 불출마 결정 배경에 대해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되는 순간부터 모든 각오는 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로 김 대표 거취에 관심이 집중됐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는 당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촉구했다. 김 대표와 장 의원을 우선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 까다로운 의제가 있다"며 줄곧 거부해왔다. 특히 5일 윤 대통령과의 비공개 오찬 이후에는 "나는 힘이 빠진 적이 없다"며 한층 완고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장 의원이 '버티기'를 포기하고 일단 뒤로 물러나면서 김 대표도 희생 요구를 외면하기에는 군색한 처지다.
숙고 돌입한 김기현...명분 잃고 실리 챙기나
김 대표는 당대표 사퇴와 불출마를 놓고 숙고에 들어갔다. 이날 모든 일정을 취소하며 국회 본청에 출근하지 않고 모처에서 칩거했다. 당 관계자는 "장 의원의 지역구 고수를 방패막이로 삼던 김 대표와 (윤핵관) 권성동 의원 등도 희생 요구를 더는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에서는 조속한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표직을 내려놓으면 더 큰 길이 열릴 것"(이용호 의원), "당 쇄신을 보여줄 방법은 지도부 교체와 당대표의 희생"(최재형 의원), "리더십 상실한 대표 책임지고 물러나라"(김태흠 충남지사)며 김 대표를 겨냥했다. 사퇴 요구가 고조되자 국민의힘은 다음 날 예정된 정책의원총회를 돌연 취소했다.
이에 김 대표 사퇴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사퇴 시점이 이르면 13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나선 11일 장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귀국하는 15일 이전에 김 대표가 거취를 정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YTN 라디오에서 "김 대표도 (장 의원과) 비슷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 다른 관심은 김 대표가 당대표직과 지역구(울산 남을)를 동시에 내려놓을지다. 장 의원이 먼저 용퇴론에 호응한 만큼, 선수를 뺏겨 체면을 구긴 김 대표가 지역구를 사수하며 실익을 챙길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나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벼르고 있어 김 대표 리더십이 무너질 경우 여당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될 우려는 남아 있다.
대표 리더십 상실에 '비대위 전환' 가능성...'친윤 초선' 감싸기 여전
김 대표의 거취가 불투명해지면서 비대위 전환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공천관리위원회를 조기에 출범하려는 기존 구상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더라도 공천 등 민감한 사안이 걸린 총선 정국을 전면에서 이끌기는 쉽지 않다. 당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권위를 잃은 상황에서 공천 권한을 가진 공관위를 띄우면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는 이미 신뢰를 잃었고, 대표 권한대행이 띄운 공관위는 위신이 서지 않는다"며 "서둘러 비대위를 세우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날 의원 단톡방에서 김 대표를 비호했던 '친윤 초선'들은 숨죽인 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총선 공천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장 의원과 대표직을 가진 김 대표의 처지는 다르고 당대표는 무거운 직책"이라며 여전히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혁신 반대 세력을 자처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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