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가 지목한 '얼굴 없는 가수', 반도체 대기업 엔지니어였다

양승준 2023. 12. 1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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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3막을 넘어 'N막 시대'를 개척한 #안녕을 만났다.

다음은 그가 들려준 인생 역전 혹은 반전의 이야기다.

직장인인 그는 올해 연차를 다 써서 평일엔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다고 했다.

신곡 '사랑하지마, 안아주지마'를 낸 그는 최근 MBC 음악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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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막 인생, 이런 반전] ①
7년 동안 정체 감춘 '직장인 가수' #안녕
7년 동안 '얼굴 없는 가수'로 곡을 낸 #안녕을 사람들은 이제 '목소리'로 먼저 그를 알아본다. 반도체 회사에 다니는 '본캐'가 회사원인 그는 "곡을 내는 게 문제가 될까 해서 회사 윤리규범을 찾아봤다"며 "'우선 해 보자'가 삶의 신조"라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안녕은 최근 1~ 2년 새 온라인에서 가장 유명한 '얼굴 없는 가수'로 통했다. 시원하게 쭉 뻗는 고음과 맑은 목소리만으로 입소문을 탔다. 이름도 나이도 공개되지 않았다. 김범수를 비롯해 비투비 이창섭 등 아이돌까지 '무명 가수'의 노래를 따라 부르는 영상을 유튜브에 줄줄이 올리자 #안녕의 노래는 전국 노래방에서까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안녕의 정체는 그야말로 반전이다. 그의 '본캐'는 31세의 반도체 회사 엔지니어다.

인생 2,3막을 넘어 'N막 시대'를 개척한 #안녕을 만났다. 다음은 그가 들려준 인생 역전 혹은 반전의 이야기다.

최근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한 #안녕의 모습. 활동명은 2016년 데뷔 당시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다는 게 유행이었고 "안녕"이라 편안하게 인사하며 청취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안녕이라 지었다. MBC 방송 캡처
주말엔 녹음실로 탈출... 반도체 회사의 '복면가왕'

인터뷰를 위해 서울 중구 한국일보에서 #안녕을 만난 건 일요일이었던 지난 3일이었다. 직장인인 그는 올해 연차를 다 써서 평일엔 시간을 도저히 낼 수 없다고 했다.

#안녕은 '너의 번호를 누르고'(2021)와 '해요'(2022)로 이름난 K팝 아이돌에게도 어렵다는 '멜론 연간 차트 톱70'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렸다. '음원 강자'의 이중생활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대학 전공(화학공학)을 살려 대기업 반도체 회사에 입사한 뒤 틈틈이 곡을 냈다. 평일엔 일만 하고 주말엔 작업실로 가 마이크를 잡는 식이었다. 대학교 4학년 때였던 2016년 오디션에 합격해 노래 '그 후'를 내고 취업을 한 뒤에도 그는 가수의 꿈을 꺾지 않았다. 입사 2년 차인 2018년엔 6곡이나 발표했다. "저연차 직장인 땐 실수도 잦고 일 배우며 많이 혼나잖아요. 자신한테 실망하기도 하고요. 그럴 때 주말에 녹음실에 노래 부르러 가면 스트레스가 확 풀리더라고요. 2년 정도 그렇게 회사 다니며 발표한 곡이 쌓이다보니 욕심도 생기고요."

#안녕이 '얼굴 없는 가수'로 활동하게 된 건 "'얼굴이랑 이름을 가려보고 시작해 볼까?"란 음반사의 제안을 받고서다. 개성 있는 목소리를 부각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데뷔한 김범수·조성모와 비슷한 전략이었다. 발성 공부도 해본 적 없는 그는 처음엔 얼굴을 드러내고 곡을 내는 게 부담스러웠다. 정체를 숨기고 곡을 내느라 회사에서 '복면가왕'처럼 살았다. 회식 때 어떻게든 노래방을 가지 않으려고 특히 애를 많이 썼다. "정말 어쩔 수 없이 회식 2차로 노래방을 한 번 갔는데 그 다음 날 동료가 카톡으로 유튜브 링크를 보내더니 '혹시 이 가수 너 아냐?'라고 묻더라고요. 미팅 들어가던 찰나였는데 너무 놀라 어쩔 줄 몰랐죠. 결국 나중에 얘기했지만요."

7년을 '얼굴 없는 가수'로 산 #안녕은 지난달 얼굴을 공개하기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너의 번호를 누르고'와 '해요'가 사랑받으면서 무대에서 만나고 싶다는 팬들의 요구가 커진 게 이유였다. 신곡 '사랑하지마, 안아주지마'를 낸 그는 최근 MBC 음악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에 출연했다. 아이돌그룹 엔플라잉 유희승은 단번에 그의 목소리를 알아챘다. 방송 후 #안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방송 보시다 놀라신 사우 여러분! 월요일도 열심히 다 같이 고생합시다'라고 글을 올렸다. 방송 이튿날인 월요일, 출근한 그에게 회사 임원과 동료들은 "절대 사표 쓰지 마라"며 응원을 보냈다. '너 나가면 일손 부족하다'면서 회사 다니며 열심히 (노래)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아직은 퇴사할 생각이 전혀 없고요, 하하하." 인터뷰를 마친 그는 회사 근처에 있다는 집으로 돌아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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