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창업 도전… 서울대 3배 늘었다

박정훈 기자 2023. 12. 1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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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열기·창업 휴학 확대로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해동학술관에 위치한 창업지원단 라운지에서 창업팀 학생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이 대학 창업팀은 제약 관련 AI 챗봇을 개발하는 ‘벌크업’, 약과 등 식품을 론칭하고 유통하는 ‘온고잉’, 발달장애 아동의 장난감을 만드는 ‘솔리브벤처스’ 등이 있다. /고운호 기자

서울대 기계공학부에 재학 중인 서주호(24)씨는 지난 8월 자폐 아동 장난감 개발 스타트업 ‘솔리브벤처스’를 창업했다. 자폐 변호사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창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서씨가 개발한 ‘귤 까기’ 장난감은 지난달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귤 모양 장난감을 까서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보는 이 장난감은 자폐 아동의 이상 행동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불경기로 취업 문이 좁아진 대학가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여러 대학은 지원을 늘리고 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 연세대 등 주요 대학의 창업 기업 수는 올해 작년보다 2~3배 늘었다.

서울대 경영대 창업 지원 조직인 ‘벤처 경영 기업가 센터’에 따르면, 센터 소속 학생이 창업한 기업 수는 작년 15개에서 올해 42개가 돼 3배가량 급증했다. 창업 기업 수는 지난 2020년 20개, 2021년 15개로 정체됐었다. 공대생들의 창업 지원을 맡는 ‘공학 컨설팅 센터’ 창업 프로그램 지원팀도 작년 74팀에서 올해 100팀으로 증가했다.

컴퓨터공학부 김찬욱(26)씨는 지난 7월 ‘피그말리온팀’이라는 스타트업 법인을 설립했다. 김씨는 AI(인공지능)와 편지를 주고받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20대가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김씨는 “AI 시대에 뭘 창업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현대사회에 외로운 20대가 많아 따뜻한 AI 친구를 만들어주는 게 어떨까 싶었다”고 했다. 경영학과생 이홍인(27)씨는 ‘오지’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NFT(대체 불가능 토큰)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이씨는 2년 전 한 스타트업 기업에서 아홉 달 정도 일하면서 “일반적인 직장이 아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업이 매력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씨는 “첫 직장에서 진취적인 창업가 선배를 만나 창업의 길에 들어오게 됐다”며 “앞으로 이 길을 잘 헤쳐나가 다른 후배들도 창업을 우선순위 선택지로 고려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서울대는 제도적 지원으로 창업을 뒷받침했다. 대학 측은 창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창업·학업을 병행하기 위해 사용하는 창업 휴학의 연한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창업 휴학 대상도 대표이사에서 사내이사까지 확대했다. 올해 창업 휴학 신청 학생은 38명으로 작년(11명)보다 3.5배 늘었다.

카이스트도 작년 91개였던 학생 창업 기업 수가 올해 116개로 늘었다. 생명화학공학과 박사과정 현종현(27)씨는 물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스택’ 제조 업체 하이드로엑스팬드(HydroXpand)를 지난 1일 설립했다. 현씨는 “창업은 기술 외에도 시장 상황, 고객 여부, 경쟁사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해 어려웠지만 끝까지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항공우주공학과 석사과정 박동하(26)씨는 지난 7월 코스모비라는 스타트업 법인을 만들었다. 코스모비는 인공위성의 궤도를 바꾸거나 신속한 자세 전환 시에 필요한 추진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다. 박씨는 “우주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카이스트는 학생들의 창업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창업 휴학 연한을 2년에서 무기한으로 바꿨다. 졸업생에게도 졸업 이후 최대 5년간 각종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연세대는 작년 41명이었던 학생 창업자 수가 올해 75명이 돼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2018년(18명)에 비하면 4배 넘게 늘었다. 연세대 관계자는 “창업을 통한 자기 커리어 개발에 학생들의 관심이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개최된 ‘제6회 디테크(D-tech) 공모전’에서 연세대 창업팀인 해바라기팀이 트랙 1부분 대상을 받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다. 시각장애를 가진 팀원이 개발자로 참여해 시각장애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건국대 산업공학과 김효재(23)씨는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 ‘ZOOC(쭉)’을 설립했다. 반려동물을 캐릭터화하고,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기록하는 앱을 개발했다. 건국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74개 학생 창업 기업을 배출했는데, 연간 매출액이 62억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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