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수수료 30% 강요” 구글 갑질, 美서 철퇴

최인준 기자 2023. 12. 13.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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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말 안 듣는 기업 일방 퇴출
앱 장터 불법적으로 독점 운영”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 구글이 자사 앱장터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유료 결제 방식을 둘러싸고 미국 게임 업체 에픽게임스와 벌인 반(反)독점 소송에서 패소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모바일 앱에서 유료 결제를 할 때마다 앱 업체나 개발자로부터 수수료를 챙겨 왔는데, 이런 행위가 우월적 시장 지위를 남용한 갑질이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의 패배로 인해 애플과 구글이 독과점해온 앱마켓 시장의 관행이 흔들리게 됐다”고 했다. 이번 판결이 구글뿐 아니라 앱장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열린 에픽게임스와 구글 간 재판에서 배심원단 9명은 전원 일치로 구글이 앱장터를 불법적으로 독점 운영했다고 평결했다. 구글의 독점적 앱장터 운영으로 입점 업체 에픽게임스가 피해를 봤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구글이 앱 개발사들로 하여금 자사 앱장터에서만 유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결제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부과한 정책이 반독점 위반에 해당하는지였다. 구글의 정책은 에픽게임스와 같은 앱 개발사들이 수수료를 결제 금액에 추가로 반영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자들의 부담이 높아지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구글 앱장터는 국내 다른 앱장터(원스토어)보다 최대 59%(올 1분기 기준) 앱 결제 비용이 비싸다. 애플도 앱 개발사에 구글과 비슷한 높은 결제 수수료를 요구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애플과 더불어 전 세계 앱장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공룡 기업”이라며 “이번 재판 결과는 이들 업체가 시장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이용해 앱 개발사들뿐 아니라 사용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구글과 에픽게임스의 전쟁은 2020년 시작됐다. 전 세계 3000만명이 이용하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운영사인 에픽게임스는 당시 자사 홈페이지 등에 구글과 애플 앱스토어보다 20% 이상 싼 가격에 아이템을 파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글과 애플이 모든 결제에 자사 앱장터 시스템 이용을 강제하고 최대 30% 수수료를 챙겨가는 데 반발한 것이다. 구글·애플과 달리 에픽게임스는 12%의 수수료만 받았다.

그러자 구글은 포트나이트 앱을 앱장터에서 아예 퇴출시키는 것으로 대응했다. 삼성 스마트폰을 비롯해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전 세계 사용자들이 포트나이트 게임을 다운로드받거나 업데이트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에픽게임스는 구글을 반독점 행위로 제소했다.

그래픽=양진경

배심원단은 평결에서 “구글이 앱장터와 구글 플레이 결제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독점 운영했다”며 “구글 정책으로 에픽게임스가 피해를 본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구글과 애플이 앱 개발사들에 부과해온 높은 수수료는 ‘통행세’로 불리며 전 세계적으로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는 지난해 자신의 트위터에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30%의 세금을 붙이는 것을 알고 있느냐. 애플의 플랫폼 독점은 심각한 문제”라며 애플의 앱장터 결제 수수료 체계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지난해 트위터 인수 후 광고 매출이 줄어들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는데 애플이 이 서비스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부과하려 하자 반발한 것이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다니엘 에크 CEO도 “애플은 혁신을 억누르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만 모든 이익을 누린다”고 비판했다. 구글은 재판 과정에서 “30%의 수수료는 앱장터를 운영하고 안전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필수적 요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글은 앱장터에서 2021년에만 약 120억달러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뒀고, 영업이익률은 70%가 넘었다.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에픽게임스는 배심원 평결이 나온 뒤 회사 공식 블로그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오늘 평결은 전 세계 모든 앱 개발자와 소비자를 위한 승리”라며 “구글의 앱장터 관행이 불법이고,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기고 경쟁을 억압하며 혁신을 저해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라고 밝혔다.

에픽게임스는 앞서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앱장터 반독점 소송에선 1심과 항소심 모두 패소했다. 당시 애플 재판은 코로나 사태로 배심원 없이 진행됐는데 법원은 “애플의 행위가 반시장적이기는 하지만, 반독점법 위반으로는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구글과의 재판에서는 추가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AP통신은 “구글이 다른 앱마켓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 대형 게임 개발사와 비밀리에 수익까지 배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시장 경쟁을 방해한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구글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내년 초 구글의 패소에 대한 처벌이나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외신들은 에픽게임스가 배상금보다는 구글의 앱장터 운영 관행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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