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겨울에도 돌아왔어요~ 전국 20여편 ‘호두까기 인형’
누가 뭐래도 겨울은 ‘호두까기 인형’의 계절. 11일까지 지난 한 주간 공연예술통합전산망 기준 무용(서양+한국) 공연 티켓 예매액 순위를 살펴보면, 톱10 중 8편이 발레 ‘호두까기 인형’이다. 아동극이나 음악극 등 다양한 버전들까지 더하면 연말 전국 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나는 크고 작은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줄잡아 20여 편(티켓예매 사이트 인터파크 기준)이 넘는다. 이토록 순진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여전히 변함없이 사랑받는다는 건 어쩌면 작은 기적이다.
독일 작가의 동화(1816)가 원작인 크리스마스 선물로 호두까기 인형을 받은 소녀가 인형들과 힘을 합쳐 생쥐대왕의 군대를 물리치고 환상의 나라로 떠나는 모험 이야기. 발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콤비인 음악가 차이콥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발레로 옮겨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을 올렸다. 이후 131년 동안 세계 최고의 안무가들이 다양한 버전으로 변주했다. 가족이 함께 보기에 딱 좋은 데다, 의상과 무대 등 볼거리가 화려하고 무용수들의 테크닉이 돋보이는 재미있는 발레다.
올해 ‘호두까기 인형’은 국립과 유니버설 발레단의 양강 구도에 숨은 강자 와이즈발레단이 도전장을 냈다. 국립의 ‘호두까기 인형’은 대구, 대전 등을 찍고 올라와 9일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서울 공연을 개막했고, 크리스마스인 25일까지 공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도 세종, 천안, 진주 등을 거쳐 21일부터 11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와이즈발레단은 15~17일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국립발레단 공연은 33년간 러시아 볼쇼이 극장 예술감독을 지낸 당대 최고의 클래식 발레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96)의 안무작이다. 목각 인형을 쓰는 다른 버전과 달리 어린 무용수가 직접 호두까기 인형을 연기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 매년 부설 발레아카데미에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발레 꿈나무들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크다. 극을 이끄는 화자 역할을 하는 드로셀마이어의 캐릭터도 가장 입체적. 수석무용수 박슬기, 김리회, 정은영, 김기완, 이재우, 허서명, 박종석 등 총 8쌍의 ‘마리’와 ‘왕자’를 만날 수 있다.
국립발레단 버전에서 주인공 소녀 이름은 뒤마가 각색한 소설 속 이름 ‘마리’지만,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에선 차이콥스키와 프티파 작품의 이름 ‘클라라’다. 유니버설은 전통의 ‘호두까기 인형’ 강자. 작년에도 평균 객석 점유율 97.8%, 총관객 3 만7000여 명으로 각 예매 사이트의 클래식·무용 부문 1위를 휩쓸었다. 23년간 마린스키 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냈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연출을 기본으로 하는 버전. 세련되고 정교한 러시아 황실 발레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안무다.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홍향기와 이동탁, 손유희와 이현준, 엘리자베타 체프라소바와 드미트리 디아츠코프, 한상이와 이현준, 이유림과 강민우 등 유니버설을 대표하는 스타 무용수들 총 여섯 커플이 확정됐다.
와이즈 발레단은 세계 최고 발레단인 마린스키 스타일의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역시 정통 클래식 발레의 정교함을 느낄 수 있는 안무. 이해하기 쉬운 마임들이 적절하게 구성되고, 마법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의 생생한 스토리 전개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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