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합천 ‘일해공원’ 명칭 변경 공론화 주목하는 이유

2023. 12.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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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2월 12일 신군부 세력의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명칭이 바뀌던 2007년 사회 각계에서 찬반 주장이 대립했으나 합천군은 명칭 변경을 강행했다.

합천군민 간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면서 2021년 경남 6개 언론사가 군민 여론조사를 공동 의뢰한 결과, 명칭 존치 49.6%, 명칭 변경 40.1%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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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후 불거진 찬반 양론 수렴, 주민 스스로 현안 해결하려는 과정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 세력의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경남 합천군 ‘일해공원’ 명칭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청원도 빗발친단다. 일해공원은 지난 2004년 합천 황강변에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개장 3년 뒤 합천군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도시를 알리겠다며 그의 아호인 ‘일해’를 따 일해공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명칭이 바뀌던 2007년 사회 각계에서 찬반 주장이 대립했으나 합천군은 명칭 변경을 강행했다. 전 전 대통령 평가가 엇갈리는 만큼 지난 16년간 지역사회에서는 명칭 변경·존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명칭 변경을 주장하는 측은 전 전 대통령이 군부 쿠테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하면서 민주주의를 흠집 냈고 사법부가 법적 판결을 통해 범죄 사실을 확인한 범죄자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전 전 대통령이 합천에 기여한 공이 크다는 입장이다. 합천군민 간 갈등과 대립이 이어지면서 2021년 경남 6개 언론사가 군민 여론조사를 공동 의뢰한 결과, 명칭 존치 49.6%, 명칭 변경 40.1%가 나왔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지역언론이 공동 조사한 여론조사에서는 명칭 변경 찬성 56.0%, 반대 36.0%로 정반대 결과였다. 여론조사마저 상반되면서 논쟁이 격화할 뿐이었다. 공식 명칭은 일해공원이지만 생명의 숲이라고 부르는 등 2개 명칭이 혼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명칭 변경을 주장해 온 생명의숲되찾기합천국민운동본부가 주민 1500명이 참여한 ‘명칭 변경 주민청원’을 2021년 발의했다. 군은 지난 6월 지명위원회를 열어 이를 검토했지만 양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새 이름 정하기가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했다. 다만 주민 의견을 묻는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을 권고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공원 명칭을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군이 주민 토론회나 공론화 참여 기구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군이 관련 비용 3000만 원을 내년 예산안에 올렸고, 오는 21일 군의회가 심의할 예정이다. 군의회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관련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한다. 공론화 과정이 중요한 만큼 필요한 예산안은 확보돼야 마땅하다. 공론화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갖춰야 함은 기본이다. 그동안 여러 기관이 여론조사를 하면서 상반된 결과를 도출해 여론 갈등만 격화했음을 명심해야 하겠다. 명칭 변경·존치 의견을 반영해 객관적인 전문 기관에 조사를 맡겨야 할 것이다. 충분한 논의와 군민 의견 수렴을 위해 의식조사와 토론회도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 그동안 찬반 대립으로 군민 갈등이 심했다. 공론화 과정은 주민이 스스로 현안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통해 이뤄지는 역사적 사건 평가도 주민의 뜻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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