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때리자 한국이 휘청” 반도체장비 수출 39%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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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중국 규제가 강해졌는데, 엉뚱하게 한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반도체 부품사 B사 대표는 "지금까지 중국의 반도체 지원은 자국 장비에 우선했고 그나마 한국산 부품을 써도 현지 기업에 보조금이 지급됐다"며 "최근엔 부품과 소재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를 강조하는 분위기여서 갈수록 한국 기업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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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생태계 자체 구축 가속화
올 10월까지 장비수출 9100억 그쳐
업계 “장비 넘어 부품-소재까지 우려”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A사 대표는 최근 어려운 경영 환경을 이렇게 해석했다. 미중 경제 갈등 이후 중국으로의 수출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이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등을 통해 중국 첨단 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자, 중국은 관련 생태계를 빠르게 자체 구축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한국 기업들의 중국 수출길이 덩달아 막히고 있다는 것이다.
1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내에서 중국으로 나간 반도체 장비 부문 수출액은 6억9076만 달러(약 91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1억3057만 달러 대비 38.9% 감소했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반도체 장비 수출액(24억4650만 달러)의 56%(13억7082만 달러)를 차지할 만큼 한국엔 절대적인 시장이다.
한국 반도체 장비가 미국 수출 규제의 직접적인 대상에 포함된 것은 아니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수출을 제한한 14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시스템 반도체, 18nm 이하 D램 관련 장비는 주로 미국, 네덜란드, 일본에서 생산된다.
중국은 이들 반도체 장비 강국으로부터 첨단 공정 장비 수입이 막히자 레거시(구형·28nm 이상) 공정부터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미국, 네덜란드, 일본으로부터 관련 장비를 사들이는 동시에 10년 법인세 면제 혜택 등을 걸며 자국 기업들을 통한 국산화에 나선 것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보완재 성격이 큰 한국산 장비는 오히려 외면받고 있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최근 중국 해관총서(관세청) 통계를 기반으로 중국 내 레거시 반도체 생산 지역의 장비 수입액을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 지역의 1∼9월 총수입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2.5% 늘어났지만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33.2% 줄어든 것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또 중국의 반도체 자립 시도가 장비 분야를 넘어 부품으로까지 확대되는 흐름을 우려하고 있다. 반도체 부품사 B사 대표는 “지금까지 중국의 반도체 지원은 자국 장비에 우선했고 그나마 한국산 부품을 써도 현지 기업에 보조금이 지급됐다”며 “최근엔 부품과 소재까지 ‘메이드 인 차이나’를 강조하는 분위기여서 갈수록 한국 기업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했다.
또 중국의 반도체 자립 시도가 레거시 공정에만 머물진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레거시 공정 생태계 육성으로 체력을 기른 뒤 얼마든지 7나노 이하 선단공정에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는 C사 관계자는 “중국은 아예 전통 반도체 기업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와 같은 전통 대기업은 공정을 새로 도입하거나 바꿀 경우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 의사결정을 하는 데 반해 중국은 닥치는 대로 기술들을 가져와 공정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현재는 글로벌 강자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지만, 이 격차를 따라잡는 속도는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옥죌수록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속도가 붙는 꼴이라 더 무섭다”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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