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아쉬운 終局
이홍렬 기자 2023. 12. 13. 03:02
16강전 제5국
<흑 6집반 공제·각 3시간>
白 신민준 九단 / 黑 커제 九단 흑>
白 신민준 九단 / 黑 커제 九단 흑>
<제8보>(142~173)=’살다 보면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란 속설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어쩌면 인간은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모든 실패를 운수 탓으로 돌리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인생도 바둑도 매번 흡족함보다 훨씬 더 많은 후회를 남기는 것이 그 증거다. 이 바둑의 마지막 장면을 따라가 보자.
142로 메운 수가 자포자기의 일착. 커제가 10분 40초 동안 확인을 거듭한 뒤 143에 둔 순간 귀의 흑은 살고 우변 백 대마는 절명했다. 하지만 묘책이 숨어 있었다. 참고 1도 1 선수 후 3에 끊는 수가 맥점. 15(3의 곳)로 먹여쳐 수상전은 빅이다. 유리한 흑은 패싸움을 할 리 없다.
물론 참고 1도처럼 됐어도 흑의 우세는 불변이다. 하지만 우변 백 대마가 살면 아직 아무도 이 바둑의 승패를 단정할 수 없었다. 160으로 참고 2도 1, 3으로 봉쇄하는 것도 안 된다. 4로 보강 후 A, B를 맞봐 중앙 흑은 무사하다. 161은 일종의 ‘승리 선언’. 몇 수 더 두어보던 신민준이 돌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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