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일본의 ‘쌀밥 중심주의’
한일 양국은 쌀이 주식이다. 한국에 밥심이라는 말이 있듯, 일본에도 ‘밥 중심주의’라는 개념이 있다. 일본에서 식사의 주인공은 언제나 밥이다. 일본인은 무슨 요리든 밥과 같이 먹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선 야키니쿠(고기 구이)를 먹을 때, 처음부터 밥과 같이 먹는 사람이 많다. 일본인은 ‘고기는 최고의 밥반찬’이라고들 한다. 그래서 한국처럼 고기를 다 먹고 마무리로 밥을 먹기보다, 처음부터 고기와 같이 밥을 주문하곤 한다. 고기를 먹는 동안에도 밥을 놓칠 수 없달까.
일식집도 밥이 맛있어야 손님한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일본인은 갓 지은 흰밥을 선호하기 때문에 하루에 몇 번이나 밥을 새로 짓는다. 갓 지은 쌀밥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료칸(일본의 전통 여관) 같은 곳에서는 ‘오히쓰(お櫃)’라는 나무로 된 밥통에 밥을 담아 낸다. ‘오히쓰’는 밥의 수분과 온기를 보존해 준다. 그래서 식사하는 동안, 몇 번 밥을 리필해도 계속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
한국인은 놀랄지도 모르지만 일본인은 가라아게(닭튀김), 덴푸라(튀김), 교자(군만두), 야키토리(닭꼬치), 고로케, 오뎅도 밥과 같이 먹는다. 말하자면 대부분의 일본 음식은 밥반찬이다. 일본 음식은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밥 없이 식사하면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라멘이나 야키소바(볶음면)와도 밥을 같이 먹곤 한다. 그래서 라멘집에 ‘라멘+밥 세트’ 메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식은 탄수화물 비중이 높다. 고기를 먹을 때도 한국처럼 상추에 싸 먹지 않고, 밥에 얹어 먹기 때문에 야채를 섭취할 기회가 적다. 이 때문에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인이 살찌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흰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 반찬의 간이 세져 염분을 과다 섭취할 위험도 있다.
일식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은 일본 여행 중 ‘위장이 무겁다’고 느낄 수 있다. 실은 일본인 중에도 탄수화물 과다 섭취를 우려해 편의점에서 샐러드를 하나 더 사거나, 식당에서 사이드 메뉴로 채소 반찬을 추가 주문하는 사람이 있다. 한국인도 일본의 ‘밥 중심주의’를 미리 알고 여행한다면, 몸이 무거워지기 전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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