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투자’서 폐광 위기… 파나마 구리광산의 기구한 운명
가장 성공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으로 꼽혔던 매장량 세계 10위권의 구리 광산 ‘코브레파나마’가 사업 중단 위기에 처했다. 2009년 첫 투자 이후 지분 매각 직전까지 몰렸다가 흑자 전환하며 전화위복했지만, 파나마 정부가 광산 폐쇄 결정을 내리며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광물 자원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자원 개발 공기업 기능이 약화하며 현지 정보에 어두웠던 결과가 이 같은 대형 악재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B 정부 최고 성과 꼽히던 코브레파나마
12일 외신과 자원개발업계에 따르면 파나마 통상산업부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코브레파나마 광산에 대해 채굴과 가공·정제·운송· 수출·판매 활동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지난달 28일 파나마 대법원이 코브레파나마를 운영하는 현지 광산법인 미네라파나마SA(MPSA)와 파나마 정부 간에 맺은 광업권 계약법령을 위헌이라고 결정하고, 곧이어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대통령이 광산 폐쇄를 공개적으로 발표한 데 이어 주무 부처가 최종 중단 명령을 내린 것이다. MPSA는 4000명 넘는 직원에 대한 해고 절차에 착수했다.
MPSA는 캐나다 퍼스트퀀텀미네랄(FQM)이 90%, 우리나라 한국광해광업공단이 10%를 보유한 현지 업체다. 2009년 한국광물자원공사(현 광업공단)가 참여한 이래 국내 광물 개발 사상 최고 성과로 꼽히던 프로젝트가 하루 아침에 부실 사업으로 전락하게 될 처지다.
◇투자금 절반만 회수… 환경 이슈에 발목
코브레파나마 광산은 투자 10년 만인 2019년 상업 생산을 시작하며 투자금 일부를 회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0년간 코브레파나마 투자에 대한 평가는 달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하나로 광물공사의 해외 자원 개발 기능 축소가 결정되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는 공공기관 운영위원회가 해외 자산 전부 매각 원칙을 밝히면서 코브레파나마에 대해서도 지분 매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러는 사이 코브레파나마는 상업 생산을 시작했고, 2021년에는 흑자로 전환해 애물단지가 효자로 변신했다.
광업공단은 이 사업에서 2021년 495억원, 지난해 1452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총 투자액 7억7020만달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억3160만달러를 회수할 수 있었다. 매장량 31억t에 이르는 파나마 최대, 세계 10위권 구리 광산이 본격적인 생산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광업권 계약을 문제 삼던 현지 환경 단체가 지난 10월 지역 주민의 기본권 침해와 환경 파괴를 문제 삼으며 위헌 소송을 제기하고 집단 시위에 나섰다. 유명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까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관련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결국 파나마 대법원은 광업권 계약법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상주 직원 한 명도 없어…정보 부재 문제 꼽혀
지난해 해외자산관리위원회는 광업공단이 진행 중인 14개 해외 사업 중 12개에 대해 매각과 종결·청산 결정을 내리면서도 암바토비 니켈 사업과 코브레파나마는 유지하기로 했다. 니켈·구리의 중요성과 앞으로 수익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코브레파나마 광산 폐쇄 결정이 내려지며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광업공단은 MPSA 대주주인 FQM과 함께 국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지 여론이 악화한 데다 내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상황이 극적으로 바뀌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코브레파나마의 경제적 가치가 파나마 GDP(국내총생산)의 5%에 달한다는 점에서 원만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자원 공급망 확보가 중요해진 시점에 해외 자원 개발·투자를 확대하고, 사후 관리·감독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광업공단은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지만 파나마 현장에는 상주 직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광업공단이 해외 사업에서 대부분 철수하며 현지 동향에 어두웠던 결과”라며 “탄소 중립과 에너지 수급, 지정학적 변화를 감지하고 견딜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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