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될 놈은 과감히 정리” 찬바람 부는 게임업계
‘쿠키런’으로 유명한 게임 업체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10월 5일 출시한 신작 슈팅게임 ‘사이드 불릿’의 서비스를 지난달 27일 종료했다. 출시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서비스를 포기한 것이다. 이 게임은 지난 2월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로 PC 버전을 출시했다가 이후 콘솔로 재출시한 게임이다. 업계에선 데브시스터즈가 초기 시장 반응이 좋지 않자, 비용 절감을 위해 과감하게 신작을 정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올 3분기 영업손실 180억원을 내는 등 6분기 연속 적자를 보고 있고, 최근엔 희망퇴직까지 받았다. 데브시스터즈 관계자는 “게이머들에게 독창적 재미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인지하고, 고민 끝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며 “대신 연내 쿠키런 킹덤 중국 진출과 내년 출시한 다수의 신작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실적과 주가 모두 찬바람을 맞고 있는 게임업계가 반응이 좋지 않은 신작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물론 오랜 기간 투자해온 게임 개발까지 중단하고 있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다.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게임은 서비스를 계속하는 것만으로 많은 인력이 프로젝트에 묶여 있게 된다. 100명 규모의 개발팀은 인건비와 서버비 등을 포함해 하루 2000만~3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한다. 실적 악화로 고정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신작 서비스를 빠르게 접고, 히트작이나 유망한 차기작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안 좋은 만큼 기존보다 더 깐깐한 내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최근 게임업계의 트렌드”라고 했다.
◇선택과 집중 나선 게임업계
넥슨 자회사 넥슨게임즈가 지난 5월 선공개한 슈팅(총쏘기) 게임 신작 ‘베일드 엑스퍼트’는 오는 14일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10월 정규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시 두 달 만에 사라지는 것이다. 화려한 그래픽과 전략적 요소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게임 내 밸런스 문제 등이 지적되면서 이용자층이 빠르게 이탈했고, 게임 플랫폼 스팀 기준 일일 이용자 수가 500명을 밑도는 등 저조한 성적을 냈다. 베일드 엑스퍼트팀은 넥슨게임즈 내부 혹은 넥슨코리아그룹 관계사로 이동해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할 예정이다.
아예 출시를 위해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자했던 게임 개발을 중단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넷마블은 PC 기대작이었던 ‘하이프스쿼드’ 개발을 지난 10월 중단했다. 한국, 일본, 북미 등에서 사전 테스트를 거쳤고 지난해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서 시연까지 진행했지만 출시 자체를 포기했다. 7분기 연속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넷마블이 군살빼기에 나서면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된 하이프스쿼드를 정리한 것이다. 라인게임즈도 6년 넘게 만들어오던 ‘퀀텀 나이츠’의 개발을 취소했다. 사전 체험 이용자들의 평이 좋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장수·상징적 게임도 정리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어온 게임들도 최근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2013년 출시돼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전성기를 연 ‘몬스터 길들이기’는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서비스를 접었다. 수년 전부터 순위권 바깥으로 밀려났음에도 남아있는 이용자들 때문에 계속 서비스를 이어왔지만,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을 버티지 못했다. 모바일 게임 업체 네시삼십삼분이 2014년 내놓은 ‘회색도시2′도 지난달말 서비스를 접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카카오톡 더보기에서 즐길 수 있던 ‘스낵게임’ 서비스를 최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3분기 실적발표에서 게임업체 대다수가 언급한 것이 ‘경영 효율화’”라며 “최근 뚜렷하게 성공한 신작이 없는 만큼,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작을 만들기 위한 숨고르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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