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로 1시간이 차로 10분… 강풍·지진 이긴 ‘다르다넬스 해협의 기적’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가동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4호기는 대한민국 원전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된 상징과도 같은 프로젝트다. 1992년 노형(爐型) 개발을 시작으로 2007년 착공, 2019년 상업 운전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 원전 두 기가 부산·울산·경남 지역 전력 수요의 23%를 소화하고 있으며, 연간 화석연료 수입량이 418만t이나 줄였다. 신고리 3·4호기로 한국은 세계 최초로 3세대 원전을 건설 및 가동한 국가라는 명예를 안게 됐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신고리 3·4호기는 올해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올해의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선정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제2회 대한민국 엔지니어링 대상’ 시상식을 열고 우수 프로젝트와 기술자에게 상을 수여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상은 한국엔지니어링협회가 엔지니어링 산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해 만들었다.
상금 총 1억원이 걸린 대상 프로젝트로는 튀르키예 ‘차나칼레 대교’가 선정돼 프로젝트를 주도한 DL이앤씨와 엔비코컨설턴트가 공동 수상했다. 실무 총괄 기술자인 DL이앤씨 최현석 부장과 엔비코컨설턴트 손윤기 부사장은 올해의 엔지니어로 선정됐다. 프로젝트 수주 당시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국장으로서 일본 기업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도록 각종 행정적 지원을 한 김형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은 특별 공로상을 받았다.
차나칼레 대교는 배로 한 시간 넘게 걸리던 다르다넬스 해협의 이동 시간을 10분 이내로 단축해 주변 교통 불편 해소 및 지역 관광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짧은 공기와 강풍, 지진 등 악조건 속에서도 공사 기간을 계획보다 1년 7개월 단축했다.
올해 신설된 최우수기술상은 국가 전력 기반 강화 및 원전 생태계 복원에 기여한 신고리 3·4호기의 설계를 맡은 한국전력기술이 받았다.
우수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암모니아 플랜트와 서부간선지하도로, 보령해저터널 등 세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DL이앤씨가 수행한 마덴 암모니아 플랜트는 세계 최대 규모 암모니아 생산 시설로,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탈(脫)석유 경제 개혁 ‘비전 2030′에 포함된 프로젝트다. 코로나로 인한 인력 수급 애로에도 불구하고 공사 기간을 맞춰 해외 발주처들에 ‘한국 기업은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낸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유신이 주도한 서부간선지하도로는 길이 10.33㎞ 국내 최초 대심도 지하도로 프로젝트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부터 금천구 독산동까지 통행 시간을 30분에서 10분으로 줄였고 지상부 공원화를 통해 녹지 10만㎡를 확보했다. 지하 구간에 다차로 하이패스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태조엔지니어링과 유신이 수행한 보령해저터널은 총길이 6.93㎞에 달하는 국내 최장, 세계에서 다섯째로 긴 해저 터널이다. 보령과 태안을 연결해 이동 시간을 1시간 30분에서 10분으로 단축했으며 서해안 관광 벨트 구축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력·경제성·사회적 효과까지 평가
내년 설립 50주년을 맞 엔지니어링협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 엔지니어링 대상 역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수상 프로젝트들을 선정했다. 대상 프로젝트들에 대해 1차적으로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심사위원회가 기술력, 혁신성, 글로벌 경쟁력, 친환경성, 유지 관리 우수성 등 전문성을 중심으로 평가했으며, 2차 종합 평가에서는 사회 각계 각층에서 엄선한 심사위원들이 기술력과 경제성, 사회적 파급효과까지 두루 평가했다.
엔지니어링이란 교량, 도로, 공항, 플랜트 등 인프라 시설물의 사업 기획부터 타당성 조사, 설계, 운영에 이르기까지 시공을 제외한 모든 공정을 아우르는 산업을 뜻한다. 전체 프로젝트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율은 3~12%에 불과하지만, 공정 전반의 원가와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다. 건설·플랜트·제조업 등 한국 주력 수출 산업의 전방(前方) 산업이어서 ‘산업 위의 산업’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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