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내 마음의 기억창고-소래포구
수인선 협궤열차를 타고 소래포구를 가던 시절이 있었다. 아득하지만 멀지 않은 시절이었다. 모든 것은 시대의 편의에 따라 바뀌고 사라지며 깊은 과거로 묻혀 버린다. 속도의 현대사회는 느림의 미학을 수용하기에 한가롭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기억창고에 남겨진 이야기들도 조금씩 증발하고 또 다른 추억들로 채워지는 것처럼. 하지만 어떤 새로운 것들도 오래된 가치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사라지는 게 아쉽고 그립다.
새우 더미가 쌓였을 김장철이 물러간 시장은 횟집 안으로 붐빈다. 집마다 내놓은 노란 튀김이 시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두툼한 방어회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삶의 결정이 충만하다. 싱싱한 식감이 입맛을 돋운다. 이젠 중늙은이가 지난 나의 동창생들과 송년모임이 열렸다. 초등학교부터 고교 시절까지 함께 건너온 친구가 점점 큰 목청을 떨며 학창 시절의 이야기와 군대 이야기까지 흥을 풀어낸다.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지만 돌아간 기분이다.
흘러간 세월을 지우려고 잔을 마주친다. 이젠 현역에서 물러난 친구들이 대부분이지만 일하는 친구도 있고 건강이 좋지 않은 친구도 있어 안타깝다. 포구를 함께 산책하며 정박한 배들을 아득히 바라본다. 헤어지기 아쉬워 결국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잔을 소환했다. 내년 연말에 건강히 다시 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또 봐 친구! 아프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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