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낡은 벽화, 수원은 민관이 다시 살려냈다
‘천지창조-땅의 정령, 하늘의 정령’, ‘악 없는 땅’. 콜롬비아 작가 호르헤 이달고의 작품이다. ‘행궁동 다실바 화분’, 조정은 작가의 작품이다. ‘만파식적’, 박은신 작가의 작품이다. 수원 행궁동 골목에 가면 볼 수 있다. 이전에도 그곳에 있긴 했다. 탈색되고, 훼손돼 보기에 불편했다. 이게 생생히 되살아났다. 전문가들이 현장 조사를 거쳐 8일부터 복원작업을 했다. 행궁동 골목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사회에 ‘벽화마을’이 익숙해진 건 2000년대 말이다. 부산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었다. 벽화를 찾는 발길이 잦아졌고 관광 명소로 부상했다. 많은 지자체가 너도나도 벽화마을 조성에 나섰다. 그 수가 늘어나면서 벽화마을의 희소성이 사라졌다. 10년 이상 지나면서 곳곳에서 벽화가 흉물로 전락하게 됐다. 안양시 양화로 일대 벽화마을, 수원특례시 행궁동의 벽화가 그랬다. 우리가 지난 11월 이 문제를 지적했다.
벽화마을의 존치 여부는 지자체 선택이다. 실익 없고 관리 안 되면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가장 나쁜 것은 이도 저도 아닌 방치다. 페이트가 벗겨지고 그림 형체가 없어졌다. 녹물이 그림을 덮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지경에 온다면 차라리 깨끗이 지워 버려야 한다. 그런데 많은 지자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조성 당시 자료가 없다’거나 ‘과거의 일회성 사업이어서 관련 예산이 없다’는 말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런 우리 주장에 수원시가 신속히 응대했다. 수원도시재단이 체계적 관리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11월 말 벽화유지 관리 예산 1천만원을 준비했다. 벽화 보수 작업 기본 계획을 세우고 용역을 의뢰했다. 행궁동 벽화마을을 만들었던 작가들도 다시 나섰다. 박은신, 송태화. 김솔, 김은정, 이윤숙 작가다. 일부 지역 주민도 자발적으로 보수 작업에 참여했다. 벽화가 살아났다.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다시 방문객을 맞게 됐다.
벽화는 담장에 작품을 담아 내는 작업이다. 담장은 필연적으로 풍화에 노출된다. 거기 채색된 작품의 훼손도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이런 야외 작품에는 반드시 관리가 따라야 한다. 채색을 보충하고 담장을 보수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작품으로 대체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든 야외 전시회 작품 관리가 그렇다. 벽화마을에도 당연히 따라야 할 유지관리 행정이다. 수원 행궁동 벽화의 재생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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