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역사 천안 유리병 업체 왜 쓰레기장에 갈까

천안/이태동 기자 2023. 12.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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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장수 기업] (6·끝) 창립 52년 케이씨글라스
충남 천안 케이씨글라스 공장 안에서 강준기 대표가 폐유리를 수거해 만든 새 병들을 본지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 강 대표는 “새 병 하나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 중 86%가 폐유리”라고 했다. /신현종 기자

충남 천안의 유리병 제조 업체 케이씨글라스는 유리 생산에 필요한 재료 중 약 86%를 재활용 유리에서 뽑아낸다. 지난해 유리 생산에 쓴 재료 5만2880t 중 사용한 재활용 재료가 4만5590t이었다. 유리 생산 시 재활용 유리 활용 비율이 60% 전후로 알려진 유럽, 50% 미만인 미국 업체들을 크게 웃도는 수치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의 재활용 유리 함량률을 자랑한다. 실제 코카콜라가 작년 목표로 내건 재생 원료(재활용 유리 등) 활용 비율이 50%, 도달 시기는 2030년이었다.

대부분 재활용 유리를 쓰는 만큼 천연 자원인 규사, 석회석 등을 사용하는 비율은 낮다. 규사 등을 녹이는 데 필요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천연 자원 고갈 시점도 늦출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천안 본사에서 만난 이 회사 강준기 대표는 “다른 업체들과 달리 국내에서 유일하게 쓰레기 분리수거장, 폐기물 처리장에서 직접 폐유리를 수거해 완제품 유리병 재료로 쓰면서, 생산비를 줄이고 안정적으로 재료를 수급하면서 친환경 경영도 가능한 일석삼조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씨글라스는 1971년 설립된 안성유리공업을 모태로 하는 회사로, 만 52년 된 장수 기업이다. 최초 종근당 계열사로 세워져 2004년 분리됐고 2007년 폐기 자원 재활용·친환경에너지 생산 업체 케이씨그린홀딩스에 인수됐다.

초창기엔 정밀 유리 성형(成形) 기술로 인정받았다. 1991년 당시로선 최신형 유리병 성형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면서 주요 대기업 산하 제조 업체들을 제치고 복잡한 디자인의 유리병 제조를 도맡았다. 돌하르방 모양으로 울퉁불퉁 성형된 제주도 전용 비타500 병은 지금도 이 회사만 만들고 있다.

케이씨그린홀딩스 인수 후부터는 유리 제조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친환경 제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80% 이상 재활용 비율을 기록하면서 2013년 유리 제조 업계 최초로 우수재활용제조제품(GR) 인증을 받았고, 다음 해엔 녹색기술인증도 획득했다.

케이씨글라스가 재활용 유리를 활용해 만드는 유리 제품 대부분은 20mL~640mL 용량의 갈색병이다. 갈색병은 자외선을 차단해 제품 변질을 막아주기 때문에 제약병, 음료수병, 술병으로 쓰인다. 케이씨글라스는 광동제약, 보고신약, 종근당, 삼성제약 등과 거래하며 연 4억병을 생산하고 있다. 연간 매출 410억원 중 약 79%가 갈색병에서 나온다.

나머지 20% 매출은 중간재 유리 소재로 올린다. 이 중간재는 선박·항공기 부품의 강도를 높이고 경량화하는 데 쓰이는 작은 유리 알갱이 제품의 소재가 된다. 아시아에선 케이씨글라스가 2012년부터 유명 글로벌 대기업에 독점 납품하고 있다. 이밖에 폐유리를 원료화해 다른 업체에 파는 사업으로도 수익을 올린다.

케이씨글라스가 친환경 업체란 점을 내세워 노리는 다음 시장은 화장품·향수 포장 용기로 쓰이는 백색병 시장이다. 세계 화장품 업계에 ‘탄소 절감’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용기를 100% 유리병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강 대표는 “해외 업체와 미팅해보면 친환경 재활용 사업 덕에 긍정적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다”며 “50년 기술력과 유리 재활용 시스템을 내세워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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