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잠행… 대통령실 “거취 결단 지켜보는 중” 기류 달라져

신나리 기자 2023. 12.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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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 핵심 장제원, 불출마 선언
張, 발표前 대통령실과 논의 거쳐
김기현, 이르면 오늘 거취 표명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12일 김기현 대표(사진)는 당무를 중단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여권에선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 가운데 장 의원이 첫 번째 불출마 선언으로 인적 쇄신의 물꼬를 텄으니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나 총선 불출마 등 거취 표명을 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는 관측이 여권에서 나왔다.

김 대표는 전날(11일) 최고위원회의를 끝으로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이날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도부 관계자는 “대표에게 각종 요구가 들어가고 있고 대표직 사퇴든 불출마든 본인 생각을 정리해 결단할 문제”라며 결심 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14일 최고위원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이르면 13일 결심을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당내에서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김 대표가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안과 험지 출마를 결심하고 대표직을 내려놓는 안 등 2가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지역구인 울산 남을에서 5선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서 “집권당 대표의 ‘잠행’이 말이 되느냐”며 “복귀해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거세진 것은 김 대표에게 부담이다.

이른바 ‘친윤 4인방’ 후속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장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나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달라”며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장 의원은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불출마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동 의원(4선·강원 강릉)과 윤한홍 의원(재선·경남 창원 마산회원)은 장 의원의 회견 직후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이철규 의원(재선·강원 동해-태백-삼척-정선)은 경기 구리 험지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10월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뒤엔
“비대위 답 아니다” 金에 힘 실어줘
장제원 불출마에 金 사퇴론 거세져
당내 “확실한 쇄신은 지도부 교체”

“김기현 대표가 장제원 의원의 전격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쇄신 바람 앞에 홀로 사면초가에 처한 모양새다.”

여권 관계자는 12일 김 대표가 공식 일정을 취소하는 등 당무를 중단하고 당 지도부 주요 인사들과도 연락을 끊은 채 잠행하며 자신의 거취를 숙고하는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초 김 대표는 다음 주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우고 공천 그립을 쥐는 대신 총선 불출마 발표로 탈출구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희생하는 것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세워 주는 길”이라며 불출마를 선언하자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것.

당 지도부 관계자는 “대표직 사퇴든 총선 불출마든 대표가 결단할 문제다. 변화 없이 돌아오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당내에선 “분명하고 확실한 쇄신은 당 지도부 교체”라며 사퇴 요구가 더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실도 ‘총선 위기론’이 확산하자 김 대표의 사퇴 가능성을 열어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 대표가 거취 관련 어떤 결단을 할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답이 아니다”고 분명히 밝히며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과 달라진 기류다.

● 대통령실 “金 거취 결단 지켜보고 있다”

이날 국회 본청 당대표실과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김 대표는 물론이고 당대표실 핵심 측근과 보좌진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연탄나눔 봉사활동과 13일 정책 의원총회 일정을 잇달아 취소했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대표가 국회로 오지 않고 본인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당 관계자는 “집권여당 대표가 잠행, 잠적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 안팎을 둘러싼 김 대표 사퇴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조기 해산에도 희생 혁신안에 대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死則生)을 각오하겠다”고 밝힐 뿐 구체적인 답변을 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장 의원이 먼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치고 나간 상황이다. 한 친윤 의원은 “김 대표가 일찍 희생안에 대해 ‘나는 마음을 비웠고 선당후사 할 거고 곧 결심할 것’이라는 뉘앙스로 말했어야 하는데 때를 실기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반혁신의 아이콘’으로 몰린 상황이다. 불출마로 감당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당 최고위원회가 14일로 예정된 가운데 김 대표의 결심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 이후 의원으로 돌아가 험지 출마로 ‘백의종군’하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당 대표직을 고수하되 총선에 불출마하는 두 가지 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직 사퇴 뒤 울산의 본인 지역구에서 5선 의원에 도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내년 출마를 공식화했던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이 전날 구청장직 사퇴를 철회한 것도 재출마설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은 “김 대표가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김 대표의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장 의원 불출마 선언을 신호탄으로 당에서 본격적인 혁신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겠는가”라며 “당이 혁신을 해야 내년 총선을 새로운 인물들로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 당내 “확실한 당 쇄신은 金 교체”

당내에선 “이제 불출마 선언으로는 부족해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사퇴론이 거세졌다.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당 쇄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도 통화에서 “대표직을 사퇴하라는 게 국민들의 요구”라며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표직을 유지하겠다고 하면 다시금 사퇴 요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사즉생은 당 구성원 전체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김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비대위 전환은 너무 혼란스럽다. 총선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은 만큼 용퇴를 하더라도 지도체제는 살려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 수석대변인 출신 유상범 의원은 “비대위로 전환하려면 당의 리더십이 새로 구축이 돼야 하는데 그 시간과 과정을 겪으면 (총선) 전쟁을 제대로 치러 보지도 못하고 끝나 버린다”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당 권력의 중심이 김 대표와 장 의원의 ‘김장 연대’에서 총선 출마가 유력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수도권 험지 출마설’이 나온 원희룡 국토부 장관으로 이동하는 수순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한 장관은 비례대표 당선권 후반에 배치하고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는 방안, 원 장관에게는 당 대표 궐위 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수도권 선거에 원 장관, 한 장관 다 도움이 된다”며 “(김 대표의) 대안은 많다”고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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