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은 어떤 기업? 대체 불가 ‘반도체 극자외선 노광장비’ 독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방문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이런 첨단장비를 만드는 협력사는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해 대체가 불가하다. 업계에서 ‘슈퍼 을’로 불리는 이유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빛을 쏴 미세한 회로 패턴을 그리는 데 사용된다. 7nm(나노미터) 이하 선폭의 공정에는 EUV 장비가 필수다. 1대당 수천억원에 달하고, 연간 만들 수 있는 게 수십대에 불과해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주문 쟁탈전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2012년 협력 강화를 위해 ASML 지분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분 3%를 인수했으며 현재도 0.4%를 보유 중이다.
ASML은 차세대 EUV 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도 곧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 NA로는 2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만들기가 더 수월하다. 현세대 EUV 장비로도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는 있으나, 하이 NA를 사용하면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선두 대만의 TSMC를 따라잡으려는 삼성전자에 하이 NA를 비롯한 ASML의 첨단 장비 확보는 절실하다. 현재 ASML이 생산하는 EUV 장비는 대부분 TSMC에 공급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025년 2나노 공정을 가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TSMC도 마찬가지다.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미국 인텔까지 2024년 2나노 공정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3사의 장비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인텔이 가장 먼저 하이 NA 도입 계획을 내놓았으며, 지난해 이미 ASML과 6대를 공급받기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ASML의 연간 하이 NA 생산능력은 약 20대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첨단 메모리 제품 수요가 커져 ASML의 EUV와 하이 NA가 중요하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EUV 장비를 적용해 10나노급 D램을 처음 양산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분야에서 미세선폭 경쟁이 깊어지고 있어 하이 NA 도입은 시간문제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밀려나 경쟁사를 따라잡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ASML과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기업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고 ASML의 대중국 수출까지 통제하려 애쓰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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