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공포②] 처음 아닌 홍콩H지수 급락…투자자 배상 가능성은
홍콩H지수, 2015년~2016년에도 급락…업계 "지난번과 달라"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수조 원대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2021년 홍콩H지수는 1만2100선까지 치솟으며 투자 열풍을 일으켰지만 2년 만에 5000선까지 급하강했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융당국과 판매사들은 뒤늦은 대응에 나섰지만 책임을 피해 가지는 못할 전망이다. 판매사의 불완전판매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내년 상반기 8조 원 규모의 만기가 도래한다. 투자자 분쟁·소송 배상 절차 등 후폭풍도 예고 됐다. 이를 <더팩트>가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내년 상반기 대규모 손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불완전 판매' 여부 등 홍콩H지수와 관련해 판매사들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은행권은 이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 판매 당시 1만~1만2000을 기록했던 홍콩H지수는 전날 기준 5500선으로 '반토막' 났다. 이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대규모 원금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홍콩H지수 ELS가 원금 손실 위기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홍콩H지수는 2015년 5월 1만4800선까지 올랐지만, 반년 만에 7500선(2016년 2월)까지 하락했다. 지수가 단기간 반토막 나면서 금융당국이 'ELS 상황 점검반'을 꾸려 위험 요인 점검을 나서는 등 투자자들은 악몽에 시달렸다. 다만 이때 판매된 홍콩H지수 ELS는 2018년 H지수가 1만2000선을 회복하며 대부분 원금 손실 없이 상환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지난번과는 다르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당장 오는 2024년 1월부터 만기가 도래하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단기간 내 시장이 급등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은 "내년 1월부터 미상환 잔액 만기 상환에 들어가는데, 연초에는 홍콩 H지수가 8000포인트를 상회해야 대부분 수익 상환이 가능하다"며 "현재 홍콩H지수의 흐름상 내년 초 8000포인트 돌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ELS 시장 위축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도 홍콩H지수에 투자한 일부 고객들에게 손실 가능성에 대한 안내를 시작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손실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적으로 안내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고객에게 문의가 오는 경우 손실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 대규모 원금 손실시 '불완전 판매' 여부 쟁점될 듯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원금 손실이 확정될 경우 은행, 증권 등 판매사와 투자자들 사이에 불완전 판매 등 분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불완전 판매 발생을 인정할 경우 투자자들의 원금 보전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2021년 라임펀드 사태에 대해 원금 100%를 돌려주라는 분쟁조정안을 내놨으며, 지난 2019년 발생한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때에도 고령의 치매환자 등에 대해 투자 손실의 최대 80%를 배상하라고 조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판매사들을 들여다 보고 있다. 금감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를 판매한 증권사 7곳에 대해 서면검사를 했으며, ELS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에 대해서는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상 '적합성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며 "홍콩 H지수는 등락이 극심했고 원금 손실이 발생한 전례가 있던 점을 고령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권유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불완전판매 사례나 검사실시 시기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권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적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설명·녹취 의무를 충실히 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개인별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이후이기 때문에 은행들 마다 제도적으로 잘 갖춰 판매를 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서도 "전체적 불완전 판매는 어렵다고 보지만, 개인별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원인들의 대부분은 판매사들이 수입구조에 대해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고, 홍콩H지수가 상당히 안전하다고 안내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판매사들은 홍콩H지수 급락에 대해 '불가항력'이었다고 주장하면 안 되며, 이렇게 원금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품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상품 자체를 자세히 설명해줘야 한다"며 "또한 녹인(원금 손실 발생 구간·Knock In)이 없는 상품 등 소비자 중심의 상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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