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장고 모드'…장제원 불출마에 與주류 후속 결단 주목(종합2보)
'친윤 그룹·영남 중진' 선택도 관심…'金 옹호' 초선들에 "혁신 대상"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류미나 김철선 기자 =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국민의힘 3선 장제원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또 다른 주류 인사의 희생 결단이 뒤따를지 주목된다.
장 의원의 불출마는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 요구에 화답한 첫 사례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중진 의원 중 첫 번째 공식 불출마 선언이기도 하다.
당 안팎에서는 장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린 만큼, 후속 선언을 통해 인적 쇄신 분위기가 끊기면 안 된다는 데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윤 그룹, 영남 중진들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는 '주류 희생' 혁신안을 제안하면서 구체적인 대상을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장 의원과 김 대표가 우선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무엇보다 김 대표의 경우는 3·8 전당대회 때 장 의원과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꾸려 당권을 거머쥔 만큼,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앞서 사전 의견 교환이 있지 않았겠냐는 추측도 나왔다.
김 대표는 당초 이날 오후 계획했던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을 전날 급작스레 취소했다. 그는 주변에 "이틀가량 공식 일정을 잡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극도로 언론 노출을 피하는 모습이다. 이날 국회 당 대표실과 의원실에 출근하지 않았고, 취재진이 대기 중인 서울 성동구의 자택에도 자정 무렵까지 귀가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당직자를 비롯한 당 사무처 관계자들과도 연락을 최소화한 채로 침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대표가 거취 문제와 관련해 막판 고심에 들어갔으며,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르면 이번 주에 결단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금명 간 결심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연탄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이 이르면 내일 김 대표가 사퇴할 것이란 언론 보도가 맞는지 묻자 "들은 바 없다"고 답했고, 김 대표와 소통하느냐는 질문에도 "달리 말씀드리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은 13일로 예정했던 정책 의원총회 일정을 취소했다. 이에 김 대표가 장고에 들어간 것을 고려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 대표 결단의 방향을 두고는 당내에서 분출하는 대표직 사퇴 여론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먼저 거론된다. 평의원으로 돌아가는 만큼 김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에서 5선에 도전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서울 마포갑 출마 의사를 밝힌 재선 이용호 의원은 이날 공개서한에서 "대표님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서는 안 된다.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장 의원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들은 눈감고 뭉개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앙숙 관계였던 김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태흠 충남지사도 "책임지고 물러나라"며 페이스북에서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당 밖에서도 사퇴 요구가 나왔다. 전당대회 때 김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사단법인 공정한나라는 입장문에서 "김 대표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리더십을 잃어버린 김 대표는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하면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수 있다.
비대위 전환 대신 윤재옥 원내대표가 총선까지 대표 권한대행을 수행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지만, 총선 공천이라는 주요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여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이와 반대로 김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총선 불출마 또는 울산 내 '험지' 출마 선언을 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이 경우 김 대표는 서둘러 공천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급전환해 '총선 간판'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김 대표 1기 지도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지금 대표직 사퇴는 비대위 전환을 얘기하는 것인데 총선이 4개월 남았으면 전쟁을 바로 앞둔 상황"이라며 "대표직 사퇴는 비대위 문제로 전환돼야 해서 적절치 않고, 여러 가지 고민을 한다면 불출마 선언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김 대표가 총선 공천권을 쥐고 간다는 점에서 완전한 내려놓기로 볼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나아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모인 텔레그램방에서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 중진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자살특공대", "퇴출대상자", "엑스맨", "내부총질" 등으로 강하게 비판한 초선 의원들을 '혁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날 강민국 김승수 박성민 이용 최춘식 등 영남권이 중심이 된 초선 의원 17명가량이 이런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을 두고, 이들의 집단 행보가 3·8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한 초선 50여명의 '연판장 사태'를 재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태흠 지사는 페이스북에서 "일부 초선들의 김 대표 홍위병 노릇도 가관"이라며 "그런 행동으로 공천받은들,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국민의힘 전체 111명 중 31명인 3선 이상 중진의 불출마나 험지 출마 선언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현재까지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게 전부다.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장 의원이 중요한 시기에 의미 있게 결단을 내려준 것 같아서 당이 많이 고마울 수밖에 없게 됐다. 그다음은 김 대표가 돼야 한다"며 "이제부터 꽤 많이 희생 혁신안에 대한 화답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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