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맥킨지 ‘개구리 보고서’ 2탄 “이젠 끓는 물에서 꺼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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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온도 변화를 느끼지 못해 결국 죽음을 맞는다.
위기에 둔감한 상황을 경계할 때 많이 인용하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이다.
한국에선 2013년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한국 경제를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해 큰 충격을 안겼다.
그런데 이번에 맥킨지가 '한국 경제 개구리론' 2탄으로 10년 만에 다시 쓴소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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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는 ‘한국의 다음 S-커브(상승곡선)’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10년 사이에 냄비 속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인구구조 불균형 심화와 노동 생산성 감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와 모험 자본시장의 정체, 국가 기둥 산업의 글로벌 경쟁 심화 및 중소기업 생산성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젠 “물의 온도가 내려가기만 기다릴 순 없다”며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꺼내는 과감한 시도와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경제를 종합 진단한 맥킨지의 세 번째 보고서다. 1998년 1차 보고서 ‘한국 재창조의 길’은 한국이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2013년 2차 보고서 ‘신성장 공식’에서 개구리 비유가 나왔다. 특히 가계대출과 교육비 부담, ‘고용 없는 성장’, 저출산 등의 문제를 지적했고, 여야 정치인들이 앞다퉈 보고서를 돌려봤다. 3차에 다시 개구리가 등장한 건 서글프다. 10년 동안 제대로 숙제를 하지 않았단 뜻이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노동, 자본,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8대 과제를 제시했다. 정유·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중후장대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플랫폼,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고부가가치 산업 비중을 확대하고, 반도체, 모빌리티, 바이오 등 원천기술에 기반한 신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기업이 지금보다 5개는 더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 생산성은 2배로 향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맥킨지는 2040년 한국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 7만 달러를 달성해 세계 7대 경제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평균 성장률을 4%대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생산성 혁신에 진력한다면 해낼 수 있다. 사실 과학적으로 보면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기 전에 뛰쳐나간다고 한다. 한국도 장딴지 근육을 탄탄하게 키우면 다시 힘껏 뛰어오를 수 있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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