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오타니 경제효과

송용준 2023. 12. 12.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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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몸값 7억弗 시대 열어
1년 경제효과 5635억원 추산
우리에겐 손흥민·BTS 등 있어
스타의 가치에 맞는 대우 필요

일본 출신 만 29세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가 세계 스포츠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10년간 총액 7억달러, 우리 돈으로 9240억원이라는 거액에 계약한 것이다. 5만원권으로 쌓았을 때 우리나라 최고층 빌딩인 잠실롯데타워 높이의 3배가 넘는다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오타니의 계약 규모는 전 세계 스포츠 사상 최초로 몸값 7억달러 시대를 연 것이기도 하다. 종전 최고액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2017년 FC바르셀로나와 맺은 4년 6억7400만달러였다.

다저스가 아무리 부자 구단이라고 해도 이를 감당할 수 있을까. 들여다보면 다저스의 투자가 무모하지 않아 보인다. 오타니 영입만으로 생기는 부수입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관중 수입과 각종 상품 판매액, 일본 관광객 수입 등이 폭증할 전망이다. 여기에 일본 방송과 중계권, 일본 업체들의 다저스 홈구장 광고 매출도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1년에 벌어들일 부가 수입이 4000만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이미 2022년 오타니의 경제효과가 504억엔(약 4410억원)에 달한다고 했던 일본 간사이대 미야모토 가쓰히로 명예교수는 이번 오타니의 다저스 이적으로 그 경제효과가 644억엔(약 5635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
운 좋게도 한국도 이런 오타니 효과를 누리게 됐다. 내년 3월 MLB 공식 개막전인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서울 고척돔에서 열리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다저스 데뷔전이 된 서울 개막전에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리게 된 가운데 특히 일본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가까운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라 미국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오타니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국 여행을 준비하는 팬들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고척돔의 수용인원이 1만6000여명에 불과하기에 일본팬까지 합세한 티케팅 전쟁이 예상돼 암표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나올 정도다. 3만명 이상 수용하는 돔구장이 없는 한국의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경기를 못 보더라도 공항이나 호텔 등 가까운 곳에서 오타니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을 일본 관광객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오타니를 보면 떠오르는 또 다른 인물이 있다. 바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23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다. 1927년부터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온 타임이 최초로 연예계 인물을 단독으로 지명해 화제가 됐다. 스위프트가 미국 경제에 미친 영향이 그만큼 엄청났기 때문이다. 스위프트의 순회공연 ‘에라스 투어’의 올해 매출이 10억4000만달러(약 1조3700억원)에 달했다. 스위프트 공연을 보기 위해 온 팬들의 소비로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효과가 눈에 보일 정도여서 ‘스위프트노믹스’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이렇듯 우리는 스포츠나 연예계에서 잘 키운 스타 하나가 작은 나라 하나를 먹여 살릴 만한 엄청난 경제효과를 갖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다행히 대한민국에도 그런 스타들이 존재한다.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K팝 아이돌들은 이미 엄청난 글로벌 영향력과 더불어 경제적으로도 황금알을 낳고 있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천은 BTS가 매년 36억달러(약 4조8132억원) 이상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스포츠 스타의 경제적 영향력도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스타 손흥민이 높인 국가 이미지로 인해 생긴 소비재 수출 증대 규모가 지난해 2700억원에 달해 승용차 9800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문화체육계 스타의 무시할 수 없는 가치와 영향력에 대해 우리 국민 대부분은 잘 알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를 낮게 보는 듯하다. 문화체육계 스타는 특정 행사나 상황에서 동원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담긴 언행을 일삼다 오히려 대중에게 지탄을 받는 일이 자주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정치인들은 오타니와 스위프트, BTS와 손흥민을 통해 문화체육계 스타들이 자신들보다 국가에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들을 존중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송용준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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