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삶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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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냥 안부전화를 했다는 올케의 음성이 여느 때처럼 힘이 없었다.
오빠와 결혼한 이후 몸과 마음이 한 번도 편해본 적이 없는 올케의 삶이었다.
그 올케가 있었기에 우리는 오빠를 잊고 각자의 삶에 전념할 수 있었고 오빠 역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추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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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올케가 있었기에 우리는 오빠를 잊고 각자의 삶에 전념할 수 있었고 오빠 역시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추스를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올케는 충분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 와중에서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장손며느리로서 해야 할 일들을 감당해냈다. 참 고마운 사람이고 속 깊은 사람이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몸을 돌보지 않고 일한 탓에 오빠와 올케 둘 다 깊은 병을 얻었다. 인생고해라는 말을 오빠 내외는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부도를 막아본다고 부모님과 동생들에게 크나큰 경제적 손실을 안겨주었지만 지금은 서운함보다는 애면글면 살아가는 그 모습에 마음이 짠하기만 하다.
그 올케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아가씨. 이번에 산일을 하려고 하는데 아가씨 자리도 만들 테니까 알고 있어요.” 산일이라니. 그게 서둘 일이 아니라고 만류하는 나에게 올케는 그랬다.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서둘러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어쨌든 이번 산일에서 석곽에 봉분을 올려 만든 가묘를 없애고 평장으로 만들면서 평생 미혼으로 살아온 나를 위해 내 자리까지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나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사후의 일이 생전의 내 시간 속으로 무단으로 침범해 들어온 것이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죽고 나면 그저 흔적 없이 사라지려니 했는데. 산다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어디까지, 얼마만큼, 흔적을 남기는 것인지 참 두려울 일이다.
한때 유서 쓰기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유서를 쓰면서 그간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다짐하는 일종의 성찰과 위로의 시간을 가졌는데, 언제부턴가 시들해졌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덮치면서 유서 쓰기와 같은 모의의 죽음이 동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신 더 강력한 욕망에 사로잡혀 길을 잃은 느낌이다.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새해 새 시작을 앞두고 올케의 전화가 내게 준 화두이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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