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받아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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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언론은 서서히 침몰하는 대형 여객선을 지켜보면서도 해경이 불러주는 구조상황만 받아썼다.
최소한 언론에 보도된 해경 발표는 그랬다.
이제 말 잘 듣는 언론인은 태평성대를 누릴 것이고, 취임 20개월간 열여섯 차례 해외 순방을 다니며 세금 578억원을 쓴 대통령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언론인에게는 불충죄를 묻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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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했다. 언론은 서서히 침몰하는 대형 여객선을 지켜보면서도 해경이 불러주는 구조상황만 받아썼다. 국가는 전국에 있는 해난구조전문가를 모두 진도 앞바다에 투입하여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듯했다. 최소한 언론에 보도된 해경 발표는 그랬다. 그러나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8시간 동안 대통령은 TV화면에서 사라졌다. ‘대통령의 사라진 8시간’을 감추기 위해 청와대는 거짓말을 늘어놓았고, 언론은 충실히 받아 썼다. 정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동안, 언론은 국민불신을 키우는 데 협력했다.
2017년 1월1일, 대통령실은 기자간담회 15분을 앞두고 카메라도 노트북도 반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청와대 출입 기자를 불러모았다. 대통령은 이미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되어 직무 정지 상태인 데다 특별검사가 뇌물죄 등의 형사범죄 혐의로 대통령을 수사 중이었다. 당시 대통령은 최순실 태블릿 PC가 공개된 후 탄핵안 가결까지 세 차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한 번도 질문을 받지 않았다. 청와대 상춘재에 모인 기자단은 대통령을 병풍처럼 에워싸고 덕담 듣기에 바빴다. 세월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청와대 기자단은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제대로 된 질문 한번 하지 못했다.
2023년 11월29일, 프랑스 파리에서 2030년 엑스포 개최지 발표가 있었다. 그때까지 대다수 언론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박빙의 승부를 예상하고, ‘코리아 원팀’을 외쳤다. 2002 월드컵 한일전을 연상케 했다. 마치 오일머니로 무장한 풍차를 향해 낡은 갑옷 입은 돈키호테가 무기력한 산초를 끌고 돌진하는 모습 같았다. 언론 보도는 최소한 그랬다. 왜 박빙인지, 무엇이 박빙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왕정 세습을 위해 2030년 엑스포와 2034년 월드컵에 사활을 건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우리는 무엇을 걸었는지 모호했다.
물론 정부는 2024년 전체 예산 증가율을 2.8%로 묶고,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면서까지 제3세계 대외원조(ODA)예산을 전년 대비 45% 늘린 1조8000억원을 편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맞서 제 살 깎아가며 인도적 원조를 약속한 것이다. 결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국가대표팀 응원하듯 받아쓰던 언론은 엑스포 유치 실패 후 정신승리만 강조하고 있다.
그 사이 방송통신위원장은 언론통제전문가에서 특수수사전문가로 바뀌고 있다. 이제 말 잘 듣는 언론인은 태평성대를 누릴 것이고, 취임 20개월간 열여섯 차례 해외 순방을 다니며 세금 578억원을 쓴 대통령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언론인에게는 불충죄를 묻는 시대이다.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열심히 받아 쓰던가 아니면 침묵을 권한다. 그나마 신문은 나은 편이다. 방송은 차마 받아쓰지는 못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침묵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에 이어 2023년 11월 파리 참패까지 대통령실이 의도한 일은 없을 것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가 감추려 하고 책임을 피하려 할 때 언론은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 복기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우리 현대사에 불명예로 남은 데는 병풍 노릇만 한 언론 책임도 크다. 언론은 행정부와 입법부의 질주를 감시하고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대안을 말하는 목소리도 전달해야 한다. 어쩌면 지금은 ‘졌잘싸’가 아닌, 왜 졌는지에 대한 복기가 더 필요할지 모른다. 2034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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