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1등 잡으러 간다…‘언더독’들의 반격
구글, 거대언어모델 제미나이 공개
클라우드에선 아마존 추격 돋보여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 강점으로
반도체선 AMD, 엔비디아에 도전
지난 1년간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끌어 온 주체는 단연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연합이었다. MS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갖춘 오픈AI는 지난해 11월 챗GPT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최근에도 ‘GPT-4’ ‘GPT-4 터보’ 등의 신작을 내놓으며 ‘퍼스트 무버(선도자)’로서 시장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경쟁사들도 오픈AI·MS의 독주를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오픈AI 뒤에서 절치부심해 온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들이 하나둘 성과를 내놓고 있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AI 서비스를 내놓는 것은 물론, 이와 연관된 클라우드·반도체·스마트폰 등 분야에서도 기존의 강자가 만들어 놓은 균형을 깨고 시장에 진입하려는 ‘2위의 분투’가 이어지고 있다.
구글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지난 6일(현지시간) 자체 언어모델 ‘제미나이’를 공개했다.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성으로 말하거나 들을 수도 있는 정교한 멀티모달 추론 기능을 갖췄다. 구글은 그중에서도 ‘제미나이 울트라’ 모델이 수학·물리학·역사 등의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90%의 정답률을 보여, 오픈AI의 챗GPT-4가 86.4%의 정답률을 보인 것과 비교해 더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2014년 영국 AI 벤처 딥마인드를 인수하며 머신러닝 분야를 주도해 왔으나 2016년 한국의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를 내놓은 이후로는 AI 영역에서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MS가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탑재하며 승승장구할 때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성급했던 탓일까, 구글은 제미나이를 공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발표 당일 선보인 시연 영상에서 제미나이가 대답을 내놓는 과정이 실시간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전 편집본이라는 지적이다. 가장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고 자부한 제미나이 울트라도 아직 미공개 상태다. 이를 두고 ‘2인자’ 구글의 조급한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클라우드 업계는 아마존의 추격이 돋보인다. 아마존 클라우드 운영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달 28일 AI 챗봇 ‘큐’를 공개했다. 아마존의 자체 언어모델 ‘타이탄’과 AI 스타트업 ‘앤트로픽’ 등의 기술을 연결해 작동하는 기업용 챗봇이다. 업무 문서를 요약하고, 자동으로 소스코드를 변경해 개발자 업무를 줄여준다.
아마존은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40%를 장악한 업계 1위 기업이다. 하지만 챗봇 등 생성형 AI 서비스 도입에서는 MS·구글 등 경쟁사에 비해 한발 늦었다고 평가된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아마존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40억달러(약 5조3500억원)를 투자하기로 지난 9월 결정하는 등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아마존 큐는 구글의 ‘듀엣AI’, MS의 ‘MS365 코파일럿’ 등 클라우드 내 기업용 AI 서비스와 경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은 큐의 가격 또한 월 30달러선인 MS·구글보다 저렴한 20~25달러로 책정했다.
언어모델 구축에 뒤처진 구글, 클라우드 챗봇에서 적기를 놓친 아마존 등이 경쟁자들을 뒤쫓는 모습을 두고 미국 정보기술(IT)매체 실리콘앵글은 “어떤 관찰자도 MS 같은 초기 선도자가 장기적으로 AI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거의 매주 놀라운 혁신이 나타나는 기술 환경에서 무엇이든 예측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 5일 미국에서는 IBM·메타를 주축으로 50여개의 기업·기관이 참여한 AI 기술 연합체가 발족하기도 했다. 서로 동맹을 맺어 AI 기술을 개방해 MS·오픈AI 진영을 따라잡겠다는 의도다.
생성형 AI의 필수 하드웨어로 꼽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도 지각변동 조짐이 엿보인다. AMD는 지난 6일 생성형 AI에 특화된 반도체 가속기 ‘인스팅트 MI300 시리즈’인 MI300X와 MI300A를 공개하고, 이들이 탑재된 AI 플랫폼도 함께 선보였다.
이는 AI용 GPU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 엔비디아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MI300X는 엔비디아의 대표 제품인 H100에 비해 2.4배 뛰어난 메모리 밀도와 1.6배 이상의 대역폭을 제공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뿐만 아니라, AI 학습과 추론 능력에서 엔비디아 GPU에 최대 2배 앞선 성능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물론 AMD 외에도 구글, 아마존, 인텔 등이 값비싼 엔비디아 칩 대신 자체 AI 칩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AMD는 쟁쟁한 빅테크 기업들을 선구매자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독점에 성공적으로 균열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H100을 가장 많이 사들이던 메타, MS, 오라클 등이 AMD의 칩을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온 것이다. AMD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엔비디아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언더독(경기에서 이길 가능성이 적은 선수)들의 약진으로 AI 산업의 기대감이 달궈지고 있다”며 “추격자 입장에 서 있는 AMD가 점유율 확대를 위해 경쟁사 제품보다 더 나은 성능의 제품을 공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AI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생성형 AI를 지렛대 삼아 기존 시장의 순위를 뒤집으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 생성형 AI 모델 ‘가우스’를 발표했으며 내년 1월 출시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에 가우스를 기반으로 한 ‘갤럭시 AI’를 탑재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폰에 밀려 2인자 역할에 그쳐 왔다. 하지만 IT전문매체 톰스가이드는 “다음달 출시될 갤럭시S24 시리즈는 인공지능 기능을 통해 아이폰15 시리즈를 압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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