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미·중 대결 격화 ‘복잡한 셈법’
중, 화웨이 필두 대체재 찾고 있지만 미 기술 없이 독자 개발 ‘난항’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놓고 미국 정부와 엔비디아 사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이 강력한 AI 기술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하지만, 엔비디아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AI 시장을 잃게 될까봐 걱정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외신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화웨이가 7나노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화웨이의 이번 개발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8월 화웨이가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에 7나노 칩을 탑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울러 러몬도 상무장관은 AI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최근 만났다며 “엔비디아는 분명히 가능한 한 많이 팔고 싶어 하지만 옳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면서 “가장 정교하고 처리 능력이 뛰어난 AI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첨단 AI 칩으로 중국이 ‘프런티어 모델’을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프런티어 모델은 스스로 생각·추론할 수 있으며 인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갖춘 AI 모델을 뜻한다.
엔비디아 속내는 다르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규제로 최첨단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과 H100의 대중국 수출이 막히자 사양을 낮춘 A800·H800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자 지난 10월 미 정부는 이 저사양 모델마저도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엔비디아의 이런 시도에는, 정부 규제로 사업 기회를 놓치면 중국 내 장악력을 순식간에 잃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읽힌다. 황 CEO는 지난 6일 “중국에는 AI에 초점을 맞춘 (반도체) 스타트업이 50개 정도 있다. 화웨이 또한 강력한 경쟁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엔비디아 대체재를 찾아가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화웨이가 개발한 ‘어센드910B’ 칩이 엔비디아의 A100을 대체할 만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해 바이두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화웨이에 1000개가 넘는 어센드910B 칩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텐센트 역시 엔비디아 A100 대신 사용하려 딥러닝 스타트업 엔플레임과 함께 AI 칩 ‘주즈샤오(Zixiao)’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중국이 높은 수준의 AI 칩 생태계를 조성하기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지난해 단행한 반도체 칩 생산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도 하나다. EDA는 반도체 설계부터 전·후 공정까지 반도체 제조 전 과정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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