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기차? 1톤 트럭은 LPG가 대세

이재덕 기자 2023. 12. 12.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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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택배 등 소형 화물차 신차에 디젤 못 써…현대차·기아 단종
LPG, 전기차보다 주행거리 길고 차량 가격 저렴…탄소배출은 한계

“겨울에는 충전하면 150㎞밖에 못 가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전기 말고 LPG(액화석유가스) 트럭을 샀겠죠.”

12일 경기 시흥에 있는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시흥하늘휴게소(일산 방면)에서 만난 허연수씨(57)가 급속충전기를 자신의 1t 전기트럭 ‘봉고3 EV’에 꽂으며 한 말이다. 50㎾ 공공 급속충전기를 사용했지만 실제로 30㎾ 정도로 충전되기 때문에 완전 충전까지 약 1시간40분이나 걸린다. 그는 “장거리 뛰고 급한 사람들은 LPG 트럭 몰아야지, 절대 전기 트럭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자영업자의 발’로 불리는 1t 소형 트럭이 디젤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충전의 불편함과 짧은 주행거리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LPG 트럭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과 23일 각각 출시된 ‘2024년 포터2’(현대차)와 ‘봉고3 LPG 터보’(기아)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약 3만5000대(각각 2만5000대, 1만대)가 계약됐다. 연간 국내 1t 트럭 수요가 15만대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출시 보름도 안 돼 연간 수요의 23%가 팔린 셈이다. 둘 다 ‘LPG 2.5ℓ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개정된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택배 등에 쓰이는 소형 화물차는 신차의 경우 디젤 트럭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올해 말까지만 포터2, 봉고3 디젤 모델을 생산하고 내년부터는 포터2와 봉고3는 전기차(EV)와 LPG차만 나온다.

두 차량에 사용된 ‘LPG 2.5ℓ 터보 엔진’은 저속에서의 토크(힘)를 개선하고 출력을 높여 성능을 디젤 엔진과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LPG 차량은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디젤 차량에 비해 현저히 적다.

LPG 소형 트럭은 전기차 충전소 부족, 주행거리 문제 등으로 전기 트럭으로의 전환을 꺼리는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출시된 포터2와 봉고3는 연료를 가득 채우면 535㎞를 주행할 수 있다. 디젤 모델이 617㎞를 주행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기차 모델이 1회 충전 시 211㎞ 가는 것보다는 훨씬 길다.

신형 ‘LPG 2.5ℓ 터보’(연비 7.0㎞/ℓ)는 100㎞ 주행에 필요한 연료 비용도 1만3874원(ℓ당 971.19원 기준) 정도다. 디젤 모델(9.5㎞/ℓ)의 경우 1만6461원(ℓ당 1563.79원)이 드는 것보다 경제적이다. 전기차 모델은 환경부 50㎾ 공공 급속충전기 기준으로 1만464원이 든다.

그러나 LPG 소형 트럭은 탄소를 배출하는 게 한계다. 신형 포터2와 봉고3는 1㎞ 주행 시 탄소배출량이 188g으로 기존 LPG 모델(202g)이나 디젤 모델(204g)보다는 적은 편이지만, 주행 때만 보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차를 대신할 수는 없다.

당분간 소형 트럭은 LPG차량과 전기차로 양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휴게소에서 만난 전기 트럭 ‘포터2 일렉트릭’ 소유주인 양창수씨(58)는 “장거리를 다닐 때는 LPG 트럭이 편리하지만, 시내 주행 등 단거리에는 전기 트럭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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