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제 도입·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결국 해 넘긴다
공매도 개선안 논의도 뒤로 밀려
12일 예정됐던 국회 일정이 취소되면서 의무공개매수제, 금융안정계정 등 정부가 추진하던 주요 금융정책의 제도화가 해를 넘기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도 총선 전까지는 법률 개정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전날 취소됐다. 여야가 상정 안건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 등이 참석해 각 법률안의 제·개정 필요성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임시국회가 지난 11일 시작했지만 본회의 일정 등을 고려하면 정무위 법안소위는 올해 남은 기간에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도입하려는 의무공개매수제도는 빨라야 2025년 이후에야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의무공개매수는 기존 지배주주 지분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주식양수도 방식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할 때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50%+1’ 이상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소액주주를 보호하려는 취지로 국내에는 1997년 1월 처음 도입됐으나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적에 1998년 2월 폐지됐다.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5월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했다. 올해 안에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1년 이상 유예기간을 둔 후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법률 개정안은 아직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가 지난달 5일 한시적(내년 6월까지) 전면 금지를 발표하고 같은 달 16일에 초안을 내놓은 공매도제도 개선안도 아직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올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 도입을 추진한 금융안정계정도 회의가 중단되면서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금융안정계정은 예금보험기금에 새로 만들려는 계정으로 예금보험공사는 부실이 발생한 금융사뿐 아니라 부실이 일어날 위험이 있는 금융사에도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은 내년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21대 국회에서 법제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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