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8년 만에 정권교체…권위주의 종식·EU 관계 개선 예고
폴란드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온 민족주의 우파 성향 법과정의당(PiS)이 8년 만에 실각하고 야권에 정권을 넘겨줬다. 새 정부는 유럽연합(EU)와의 관계, 한국과의 방산 계약 등 이전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 상당수를 뒤집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폴란드 하원은 11일(현지시간) 지난 10월 총선에서 시민연합(KO) 대표로 야권연합을 이끌었던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66)를 신임 총리로 지명했다. 투스크는 하원에서 찬성 248표, 반대 201표를 받았다. 이는 같은 날 현 집권당인 PiS 소속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현 총리에 대한 신임 투표가 부결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PiS는 10월 총선에서 제1당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한 데다 주요 정당들이 PiS와의 연립 정부 구성을 거부하면서 실각이 확실시됐다.
투스크는 12일 새 내각을 발표하고 하원 표결을 다시 한번 거칠 예정이지만, 야권연합이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총리 지명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연합은 이미 총선 이후 정부 구성 방안을 합의한 상태다.
투스크는 PiS가 2015년 집권하기 전인 2007~2014년 총리를 지내 8년 만에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2014년부터 5년간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맡았다. 투스크는 총리 지명 뒤 연설에서 “우리는 함께 모든 잘못된 것을 바로잡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10월 폴란드 총선은 그간 역대 최고였던 1989년보다 높은 73%의 투표율을 기록해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번 정권교체로 EU와의 관계가 개선되고 표현의 자유, 여성·소수자 인권정책 강화 등 대내외적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PiS 정부는 지난 8년의 집권 기간 동안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사법부·언론 장악, 임신중단 전면 금지 등 여성·소수자 인권 탄압, 반이민·반EU 정책을 추진해 EU와 갈등을 빚어왔다. EU는 폴란드에 대해 수백억유로 규모의 지원금 지급을 동결한 상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투스크 총리 지명을 축하하며 “EU 가치와 관련한 당신의 경험과 강력한 헌신은 폴란드 국민의 이익을 위한 ‘더 강한 유럽’을 만드는 데 있어 귀중하다”면서 이번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교체에도 ‘빠른 변화’가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5년까지 임기가 남은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새 정부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원내각제인 폴란드에서 대통령은 정책 입안·집행 권한은 없지만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다 대통령은 현재 공식적인 당적은 없지만, PiS의 지지를 업고 2015년과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등 PiS 측 인사로 분류된다. 두다 대통령은 PiS 재집권이 희박한 상황에서도 지난달 6일 PiS에 정부 구성 기회를 먼저 위임해 집권 세력의 ‘시간 끌기 전술’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독일 소재 싱크탱크인 민주주의 보고 인터내셔널의 야쿱 자라체스키 연구원은 “새 정부와 대통령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두다 대통령은 지난 8년간 자신이 서명한 법률에 대한 어떤 변경도 허용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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