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생 온대” 학교 살리자, 섬마을도 살았다

강현석 기자 2023. 12. 12.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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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홍도분교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과 보호자들이 지난 4일 홍도를 둘러보고 있다. 신안군 제공
신안 홍도분교 폐교 위기에
신안군·주민, 학생 유치 합심
가구 월소득 320만원 보장에
일자리·집 제공 등 파격 혜택
육지에서 4가구 이주 확정해
학교엔 학생 10명 ‘전·입학’
성공 사례에 다른 섬도 추진

올해 6학년인 3명이 졸업하면 학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놓였던 전남 신안군 홍도의 흑산초등학교 홍도분교장이 내년에도 계속 문을 연다. 섬의 유일한 학교를 살리기 위해 신안군과 지역 주민들이 집과 일자리까지 제공하며 학생들을 유치한 덕이다.

신안군은 “흑산초 홍도분교에 전학과 입학을 통해 내년에 10명의 학생이 재학할 예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전남 목포에서 107㎞ 떨어진 홍도는 쾌속선으로도 2시간40여분이 걸리는 외딴섬이다.

500여명이 사는 홍도의 유일한 학교는 1949년 개교한 흑산초 홍도분교다. 74년 역사의 홍도분교는 올해 6학년인 학생 3명이 졸업하면 섬에 학생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돼 폐교 위기에 놓였었다.

신안군과 주민들은 폐교를 막기 위해 전학 오는 학생과 가족에게 집과 매월 320만원의 소득을 보장하기로 하고 학생 유치에 나섰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초등학생이나 입학 예정인 어린이가 있는 육지의 11가구가 ‘홍도 이주’를 신청했다.

이 중 4가구가 지난 4일 1박2일 일정으로 홍도를 직접 방문해 집과 학교 등을 살펴본 뒤 전입을 최종 결정했다. 경기도 1가구, 경남 2가구, 전남 지역 1가구다.

보호자와 함께 학생 10명도 홍도분교로 전학을 오거나 입학한다. 내년부터 홍도분교에서는 1학년 4명, 2학년 2명, 3학년 2명, 4학년과 5학년 각각 1명씩의 어린이가 공부하게 된다.

군은 홍도에 있는 빈집 4채를 1억1000만원을 들여 깨끗하게 수리해 내년 1월부터 입주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학생과 함께 섬에 들어온 보호자들에게는 신안군 홍도사무소와 보건소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10명의 학생이 다니게 됐다는 소식에 그동안 육지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냈던 홍도 주민들도 자녀들을 다시 섬으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또래 친구가 없어 목포 지역 초등학교에 아이들을 보냈던 3가구가 다시 홍도분교로 전학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도분교의 ‘이주 성공’에 힘입어 신안군은 다른 섬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추진한다.

군은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인 신의도의 신의초등학교에 내년에 ‘아토피·비염 치유학교’를 열기로 하고 학생 모집에 나섰다. 신의초로 전학을 오는 학생과 학부모에게도 홍도처럼 주택과 일자리가 제공된다.

강병순 신안군 교육지원팀장은 “홍도분교로 전학을 결정한 학부모들은 대부분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했던 분들”이라면서 “‘신안군 작은 섬 학교 지원 조례’를 제정해 학생과 학부모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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