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친윤 희생’ 물꼬…여 지도부·중진 ‘쇄신 도미노’ 될까
혁신위 요구 땐 반발하다 수용에 “결단 부각 시점 노려” 평가
내부선 대체로 환영…이후 부산시장 출마·참모 합류 등 전망
친윤석열(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22대 국회의원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진 의원들을 대상으로 불출마·험지 출마를 압박하던 당 혁신위원회가 해산한 지 하루 만이다.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 한 번 ‘백의종군’의 길을 간다. 이번엔 제가 가진 마지막 공직인 국회의원직”이라며 “총선 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그래서 제가 가진 마지막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장 의원은 “버려짐이 아니라 뿌려짐이라고 믿는다”며 “당원 동지 여러분,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장 의원은 ‘언제부터 불출마를 고민했느냐’는 질문에 “당선인 비서실장 되는 순간부터 모든 각오는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운명적인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또는 김기현 대표와의 논의 여부 및 내용을 묻는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당 안팎에선 의외라는 반응과 예견된 행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온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일 지도부·윤핵관·중진의 불출마·험지 출마를 권고했으나 장 의원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당내에선 장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표현한 타이밍에 주목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장 의원은) 자기 결단이 부각되는 모습으로 하고 싶어서, 혁신위가 밀어붙일 때는 오히려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단 혁신위 변수가 아니어도 장 의원이 불출마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전에는 ‘물갈이’에 나서는데, 정권 핵심 인사일수록 불출마 선언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지난 6일 부산을 찾은 윤 대통령 및 당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했는데, 전후로 유무언의 메시지를 전달받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선 장 의원이 차기 부산시장 선거에 나서거나 대통령비서실 내지 내각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장 의원은 2021년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시절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 윤핵관 가운데서도 핵심으로 꼽혀왔다. 윤 대통령 입당 직후엔 대선 캠프 총괄실장을 담당했고, 지난해 3월 대선 이후에는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았다.
장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공식화함에 따라 함께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을 받아온 당 지도부·중진·친윤계 의원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당 의원들은 장 의원 불출마에 일단 고무적인 분위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본인이 희생하는 결단”이라고 했고, 성일종 의원은 “장 의원의 멋진 결단을 환영한다”며 “총선 승리의 밀알이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반면 이준석 전 대표는 통화에서 “정치를 안 해야 될 사람이 정치를 안 하겠다는데, 그게 뭐 대단한 것이냐”며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별다른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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