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냐, 대표 사퇴냐…김기현의 시간
거취 압박에 일정 취소 후 장고
일각, 울산 내 험지 출마 ‘무게’
14일 최고위 주재 전 결단 관측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국회에 출근하지 않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숙고에 들어갔다. 이날 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혁신안 수용 요구가 거세지면서 김 대표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단의 내용은 불출마나 험지 출마 선언에 무게가 실리지만 일각에선 대표직 사퇴를 발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에서 진행한 서울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은 전날 참석을 취소했다. 그는 주변에 “이틀가량 공식 일정을 잡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로 계획하던 정책 의원총회도 취소했다. 의총에서 김 대표 사퇴론이 분출할 것을 우려해 김 대표에게 먼저 시간을 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당 지도부 인사들은 친윤계 대표 인사로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를 만든 ‘김장연대’의 한 축이었던 장 의원이 이날 선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 대표의 결단 시계도 빨라졌다고 분석한다. 당초 김 대표는 이달 중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당대표직을 유지한 채 내달 당을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뒤 총선 불출마나 험지 출마 등의 선언을 할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제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지도부·중진·대통령 측근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전날 혁신위가 조기 해산하기 전 마지막으로 최고위에 혁신안을 보고할 때 자신이 어떻게 희생할지 발표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지도부 인사는 통화에서 “장 의원이 돌린 혁신의 수레바퀴가 한번 돌아가면 중간에 멈춰서기 쉽지 않다”며 “김 대표로서는 어제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본인 중심의 지도력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내릴 결단으로는 총선 불출마나 울산 내 험지 출마 선언이 거론된다. 수도권에 출마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일각에선 당대표직을 내려놓고 현재의 지역구(울산 남구을)를 지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 순방 전 김 대표와 장 의원에게 혁신안 수용 필요성에 대한 신호를 보냈다는 말도 나온다. 결단은 14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당내에선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높게 평가하며 김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강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장 의원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들은 눈감고 뭉개고 있다”고 했다.
홍준표·안철수 등 ‘김 대표 사퇴 압박’ 줄이어
김태흠 충남지사는 SNS에 “뭘 그렇게 욕심을 내는가. 사즉생은 김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적었다.
안철수 의원은 SNS에 “장 의원이 ‘김장연대’를 통해 당대표를 만든 책임도 지는 모양새”라며 “아직 차가워진 민심을 되돌리기엔 부족하다”고 김 대표를 압박했다. 이용호 의원은 SNS에 “대표의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선 안 된다. 그럴 책임도 이유도 없다”며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 그게 많은 국민의 요청”이라고 밝혔다.
혁신안 수용 요구가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 박성민·박수영 의원 등 다른 친윤계 핵심 인사들이나 영남 중진 의원들로까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현재까지는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서울 종로구 출마를 선언한 게 전부다.
조미덥·조문희·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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