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은 애정' 한중교류 최전선 김종문 KIC중국 센터장
- 31년 한중 관계 집약된 '성과'
- 지속가능한 발전 시스템 '포부'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십수 년 동안 중국에서 한중 교류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는 김종문 글로벌혁신센터(KIC 중국·사진) 센터장은 양국 관계에 대해 경쟁 구조이면서도 협력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단언했다.
세계화의 진전이 모든 국가와 경제 부문을 서로 얽히게 했고, 가장 효율적이고 분업화된 공급망을 구축하게 만든 만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발전하기 위해선 반드시 중국과 손을 잡을 부분은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한중은 협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힘을 제때에, 제대로 모으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이 중국과 ‘협력’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삐걱거리고 있는 양국 관계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혹은 ‘한국’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도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내용까지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상황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래서 우선 한국부터 포기하지 말고 중국에 대해 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산업 분석이든, 중국 시장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든 냉철한 사고로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게 김 센터장의 충언이다.
그는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는 2만개가 넘는 한국 기업들과 관련 한국 종사들도 한국의 국민으로서 한국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한중경제협력의 중요성, 중국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고 친중·반중의 프레임이 아닌 한국이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2021년 9월 KIC중국 센터장에 취임했다. 3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해낸 일들은 31년 한중관계의 집약이다.
센터장 전에 10여년간 다국적 기업의 중국지사에서 근무하며 기업 관리를 했고, 한국 외교부산하 동아시아문화센터에서 북경소장을 역임하면서 중국 경제, 과학, 문화 등에 대해 깊이 있는 교류 활동을 한 것이 탄탄한 토대가 됐다.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해 쓴소리 혹은 조언을 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을 이미 충분히 갖췄다는 의미다.
실제 그는 센터장 취임 직후 곧바로 중국 과기부, 산하기관과 협력을 이끌어냈다. 중국 180여개 하이테크존의 정책과 관리를 하는 곳이 중국 과기부 횃불센터(공신부로 이전 중)인데, 당시엔 한국 기관과 협력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김 센터장은 한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중한국대사관과 함께 횃불센터와 유대를 강화했고 중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 창업 지원 및 혁신기업 진출을 지원할 수 있도록 발판을 다졌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와 한국 기업이 본토 대륙 어디에서도 연계가 가능하게 됐다는 뜻이다.
중국과학기술 기업 90% 이상이 모여 있고, 창업 10곳 중 9곳이 이뤄지는 중국 4대 도시군과 협력을 강화한 것도 김 센터장의 공로다.
넓은 땅이고, 다양한 협력기관이 있다고 무작위로 손을 뻗게 되면 오히려 중국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기업에게 실질적이고 고정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중국의 영향력 있는 기관과 플랫폼에 한국 기업과 기술을 소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중국 과기부가 운영하는 최대 규모 과학기술포럼인 ‘베이징 중관촌포럼’과 ‘상하이 푸장혁신포럼’에 KIC중국이 한중수교 이후 처음으로 참여해 한국 기업의 영향력과 신뢰성을 널리 알렸다.
여기다 김 센터장은 산업별·지역별 전문화된 한중협력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모든 산업이 중국을 상대로 경쟁우위를 가진 시대는 지났기 때문에 특정 분야와 지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예컨대 바이오산업이 발전된 쑤저우나 청두시 등과 투자유치·기업교류를 진행하고 수소산업이 각광받는 상하이에선 한국 수소기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형태다.
한국 과기부 산하 비영리기관인 KIC중국은 2016년 6월 베이징 중관촌에 설립돼 한국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의 중국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기술형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에게 중국 진출의 정확한 로드맵을 제공하고 중국 진출의 플랫폼 역할도 한다.
김 센터장은 “중국 주요 협력기관과 네트워크를 통해 효율적인 중국 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한국 창업가들과 혁신 기업가들이 중국시장의 새로운 환경을 개척할 수 있도록 전 주기 창업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수소에너지를 포함한 신생에너지, 이차전지산업, 바이오산업, 저탄소환경산업, 신소재 산업 등이 대표적 지원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한중 관계의 회복을 누구보다도 바라는 만큼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중국 시장과 산업에 대해 자신의 지식을 살려 한국 기업에게도 중국 진출의 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 로드맵 제공이 첫 번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달러 시대에 접어드는데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향후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도 14억명 거대 내수 시장에 경쟁력을 가진 한국 기업들을 배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인식해서다.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고정적이고 지속적인 한중 과학기술 및 관련 기업의 협력 모델을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김 센터장은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 정책 맞춤형 한국 기업을 진출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내년부턴 한국의 한 대학과 공동으로 ‘중국산업전문가과정’도 운영한다. 한중수교 초창기의 중국전문가 배양 전략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김 센터장은 “한중 양국 협력과 동시에 산업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신소재, 신생에너지, 저탄소환경 분야 등에서 중국 산업을 이해하고 대응 가능한 전문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비판과 지적의 근간은 ‘애정’과 ‘사랑’이다. 그래서 김 센터장은 업무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거침없이 밝혔다.
▲친중·반중 이분법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잘못된 인식 형태 ▲글로벌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트렌드에 대한 이해력 부족 등을 김 센터장은 언급했다.
그는 또 한국 당국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중국 대응 전략과 정책 검토, 한중간 경제협력과 관련한 고위층의 교류에 더욱 많은 참여 등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김 센터장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가들도 중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이 중국 시장 진출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한국은 세계6위의 수출 국가이고 단일 국가로서 중국을 대체할 어떤 나라도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 강조돼야할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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