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 조양한울분회의 끝나지 않은 투쟁
2023년 11월28일 사장은 노동자 11명을 2024년 1월1일부로 해고한다고 통보했다. 공교롭게도 그 11명 모두는 노동조합 분회 활동에 참여한 조합원이었다. 사측의 해고 대상에 비조합원은 없었다. 그보다 앞서 같은 달 9일 회사는 업무방해 등 이유로 분회장을 형사 고소하고 해고 처분했다. 그렇게 12명의 조합원들이 지금 집단해고로 내몰리고 있다. 종업원이 30명도 안 되는 노동권 사각지대 ‘작은 사업장’에서 여태 저임금에 부대끼며 가족의 생계를 힘겹게 책임져온 노동자들이 조합원 ‘표적 해고’의 희생양이 되어 이 겨울, 거리로 나앉고 있다. 금속노조 대구지역지회 조양한울분회 이야기다.
조양한울분회는 2018년 사측의 일방적인 상여금 삭감을 배경으로 설립되었다. 노동조합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사측이 이듬해 공장을 이전할 것처럼 위협하자 기업노조로 전환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 특수로 물량이 늘어도 추가 채용이나 잔업 없이 노동 강도만 올라가자 2022년 8월 금속노조에 다시 가입했다. 이에 사측은 금속노조 탈퇴를 종용하며 조합원들을 징계한다고 협박도 하고 인센티브를 약속하며 회유도 했다. 한국의 전형적인 작은 사업장에서 사장은 왕처럼 군림하며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분회의 경우도 별로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 노동조합 혐오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사측과의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결국 단체교섭이 결렬되면서 올해 5월2일 분회는 파업에 돌입했다.
본래 파업이 시작되면 새로운 협상의 장이 열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사측은 파업 개시일 이튿날인 5월3일 곧바로 직장폐쇄부터 공고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6조에 의하면 직장폐쇄는 쟁의행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분명해진 것을 전제로 사측이 부득이하게 취하는 방어적 조치여야만 한다. 하지만 분회가 맞닥뜨린 현실은 그런 법규범과는 아주 달랐다. 분회는 파업이 있기 훨씬 전인 3월에 이미 사측이 직장폐쇄가 예상된다는 공문을 협력업체 앞으로 보낸 사실을 폭로했다. 사측의 의도적인 교섭 태만과 결렬 유도가 의심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분회는 또한 사장을 부당노동행위와 업무상 배임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지난 7월27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공격적 직장폐쇄 및 파업 기간 대체근로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측은 이를테면 근로감독관의 위법 시정 지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103일에 걸친 파업 이후 8월21일 분회는 회사로 복귀했지만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사측은 파업 때문에 물량이 줄었다는 확인되지 않는 이유로 이번에도 조합원들만 골라서 순환휴직을 통보했다. 비조합원이 제외되었다면 그와 같은 조치 역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보복 성격을 가진 부당노동행위로 볼 여지가 충분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서 검찰의 사건 처리는 더디기만 하다. 그 와중에 석 달에 걸친 순환휴직이 11월에 종료되자 사측이 전격적으로 조합원 12명을 해고 조치했던 것이다. 분회에서 그토록 요구해온 특별근로감독은 12월이 되고서야 겨우 진행되고 있다. 노동자들로서는 집단해고를 막을 당장의 대안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측 전횡에 대한 지연되지 않은 사법적 규율을 기대하기는 요원하다. 해고된 다음 부당해고 구제신청으로 다툴 여지도 있지만 생계가 걸린 노동자 가구로서는 그 길도 막막할 수 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조합원을 표적으로 하는 집단해고를 막아내는 남은 방법은 국가와 정치권이 형식을 따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는 길뿐이다. 여야 정치권과 고용노동부,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분회와 사측 간에 실질적인 협상과 이해관계 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게끔 신속히 개입해 마땅히 사측의 해고 철회를 이끌어내야 한다.
작은 사업장 문제라고 경시할 일이 아니다. 바로 그 작은 사업장에 오늘 전체 노동자의 약 60%가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사업장은 노동조합을 만들기도 어렵고 노동조합을 만든 뒤에도 힘들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지키려고 하는 이유가 있다. 노동자들의 그 마음과 기대를 국가와 정치권이 저버려서는 안 된다. 분회원들의 요구는 노동조합을 인정해 달라는 것, 그리고 인격적으로 대우해 달라는 것이다. 사업장 규모가 작으면 노동 보호마저 제한하는 한국 실정에 그 정도 요구도 과분할까. 이 겨울, 조양한울분회 노동자들의 끝나지 않은 투쟁을 기억한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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