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구글 검색 세계 1위, 비빔밥

김홍수 논설위원 2023. 12.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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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파리 특파원 시절, 한식당에서 프랑스인을 대접할 때 비빔밥을 추천하면 성공 확률 100%였다. 식도락 내공이 남다른 프랑스 사람들은 비빔밥을 먹을 때 세 번 찬사를 표시했다. 밥·나물·계란·고기가 어우러진 다채로운 색 조합이 첫 번째, 고추장·참기름을 넣어 직접 비벼 먹는 이색 체험이 두 번째, 단백질·탄수화물·지방 3대 영양소가 고루 들어 있는 균형식이라는 점이 세 번째 찬사 포인트였다.

▶프랑스인들은 비빔밥의 기원 스토리도 재밌어했다. 제사를 올린 뒤 조상신이 남긴 밥·고기·나물을 후손들이 한데 모아 비벼서 나눠 먹었다는 ‘제사 음식 기원설’을 들려주면 동양 유교 문화를 신기해했다. 비빔밥의 기원설에는 다른 버전도 있다. 모내기나 추수 때 품앗이 일꾼들을 먹일 음식 재료를 들판에 갖고 나가 한꺼번에 비벼서 먹인 데서 유래했다는 설, 한 해의 마지막 날, 먹다 남은 반찬을 새해로 넘기는 것을 꺼려 밥에 남은 반찬을 모두 넣고 비벼 밤참으로 나눠 먹었다는 설도 있다.

▶비빔밥 문화의 대표 도시는 호남의 전주, 영남의 진주다. 전주비빔밥은 소머리를 곤 물로 밥을 짓고, 콩나물을 듬뿍 넣고, 날달걀을 넣어 비비는 게 특징이다. 소고기 육회가 들어가는 진주비빔밥은 임진왜란 때 진주성 싸움에서 돌멩이를 나르던 부녀자들이 병사에게 고칼로리 즉석식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비빔밥이 세계에 알려진 계기는 1997년 대한항공이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제공하면서부터다. 웰빙 기내식으로 주목받아 1998년 세계 최고 기내식 상을 받았다. 요즘도 대한항공 국제선에선 연간 300만개 이상 비빔밥이 소모된다. ‘팝 황제’ 마이클 잭슨이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처음 맛보곤 ‘비빔밥 마니아’가 됐다. 그가 머물던 신라호텔에선 비빔밥만 찾는 그를 위해 고추장과 육류가 안 들어간 ‘MJ 비빔밥’ 레시피를 개발했다.

▶구글이 발표한 올해의 세계 최다 검색 레시피(음식 조리법)’ 부문에서 비빔밥이 1위를 차지했다. ‘태양의 후예’ 같은 K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한 덕분이라고 한다. 비빔밥은 같은 ‘밥’ 문화권인 일본, 중국에는 없는 독특한 음식이자, 한국형 패스트푸드라 할 수 있다. 햄버거, 핫도그처럼 비만을 낳는 서양 패스트푸드와 달리, 비빔밥은 ‘음식과 약은 뿌리가 같다’(食藥同源)는 한국 음식 철학이 담긴 균형식이다. 재료 배합에 따라 저열량 다이어트식이 될 수도 있다. 비빔밥이 구글 검색 넘버1을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패스트푸드 반열에 오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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