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더 친해지는 꼴 못 봐”…6년만에 ‘이 나라’ 달려간 시진핑

시진핑, 주석 취임 후 세 번째 방문
“친척집 가는 기분” 친근감 드러내
양국관계 ‘운명공동체’로 재정립 추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12일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이틀간의 베트남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EPA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했다. 최근 이 나라가 미국 등 서방과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는 데 대한 견제 차원이다. 미·중 패권다툼 국면에서 베트남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양국의 구애가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12일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부터 1박 2일로 베트남을 방문하고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보 반 트엉 국가주석과 회담할 예정이다.

양국은 정치·경제 협력과 민간 교류, 해상문제 등을 협상하고 전략적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철도와 고속도로 등 인프라 투자 및 지원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에 실린 ‘전략적 의미를 지닌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구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전략적 의미를 가진 운명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며 “함께 손을 잡고 현대화를 향한 새 장을 열자”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베트남 방문이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국가주석에 취임한 뒤 세 번째라는 점을 강조하며 “친척과 이웃집에 나들이 가는 기분”이라고 친근감을 드러냈다.

시 주석이 올해 마지막 해외 순방지를 베트남으로 택한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거리좁히기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10일 베트남을 방문해 쫑 서기장과 만나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인텔, 구글, 앰코 테크놀로지와 보잉 등 다수의 거대 기업 고위 관계자들도 현지 투자와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새로운 반도체 파트너십을 체결해 베트남을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으로 육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월 베트남 방문 이후 다시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는 서방세계의 오판”이라는 사설을 실었다.

이 매체는 또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는 경제적 연관성이 크고, 상호 보완성이 강하다”며 “양국은 좋은 이웃이고, 좋은 파트너이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공동운명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