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지주 CEO 선임 절차, 임기 만료 3개월 전 시작해야

이도형 2023. 12. 1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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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
후보 관리∼선정 승계계획 문서화
CEO 견제할 이사회 독립성 강화
이사회 아래 사외이사 전담조직
연 1회 이상 주기적 평가도 추진
이복현, 지주 이사회 의장과 간담
“절차적 공정성 강화에 노력해야”
금융권 “취지는 공감… 협의 필요”

앞으로 은행지주와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후임을 뽑기 위한 절차가 시작된다. CEO의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외부 전문기관 활용 등을 통해 연 1회 이상 주기적으로 이사회 소위원회와 사외이사 활동에 대해 평가한다. ‘주인 없는 회사’로 최고경영진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발생할 수 있도록 금융권 내부통제를 강화하려는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12일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은행지주·은행(이하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금감원은 그동안 금융권 내에서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CEO 선임 시 투명성, 이사회의 정합성 부족 등으로 금융지주 지배구조가 글로벌 기준에 미흡했다는 판단에 따라 태스크포스(TF)를 지난 7월에 구성해 관행 수립을 논의해 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여러 차례 금융권 지배구조가 기존 CEO에 유리하다고 비판하면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금감원은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6개),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10개),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9개),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5개) 등 4개 주요 테마 관련 30개 핵심원칙 모범관행을 제시했다.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와 관련해 면밀한 평가와 검증이 가능하도록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문화하고, 단계별 최소 검토 기간을 두도록 했다. CEO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해 문서화하고 CEO 자격이나 평가요건은 공개한다.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원칙도 마련했다. 사외이사 지원조직은 이사회 아래 독립조직으로 설치해 CEO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사외이사에 충분한 안건 검토 시간을 보장하고,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하게 했다.

은행 규모, 복잡성, 리스크 대비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사회가 ‘집합적 정합성’(Collective Suitability)을 확보하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은행 이사회 구성원들이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고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이사의 직군, 전문 분야, 성별 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이사회 역량구성표(Board Skill Matrix·BSM)를 작성해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시 활용할 계획이다.
독립성 강화와 함께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도 강화한다. 이사회 소위원회, 사외이사 활동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 활용 등을 통해 연 1회 이상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를 사외이사 재선임과 연계한다.

이 원장은 이날 국내 8개 은행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NH, BNK, DGB, JB)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런 내용을 공유하면서 개선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원장은 “대표적 ‘소유·지배 분산 기업’으로 불리는 은행 지주에서 CEO나 사외이사 선임 시 경영진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데 각별히 노력해 달라”며 “이사회는 단기 성과에 매몰되기 쉬운 경영진이 경영 건전성과 고객 보호 등에 소홀하지 않도록 통제·감독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감독 당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행까지는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복합적 성격을 고려하면 지배구조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 취지에 공감하는 바는 있다”면서도 “다만 어디까지나 민간 기업이다 보니 당국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제재하느냐 등 세부적인 부분은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 의견을 모으다 보니 기존 체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며 “각 개별사 입장에 맞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금융업의 특성 때문에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업계에서는 지배구조에 관한 이야기까지 나온 적은 없지 않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도형·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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