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느티나무 같은 외길 58년…김병수 소목장
[KBS 창원]1mm 두께 먹감나무와 은행나무로 전통문양을 만드는 손끝이 기계보다 정확하고 정교합니다.
[김병수/소목장·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 "이걸 지금이라도 안 만들면 전통은 사라지는 거죠. 힘들고 고단하다고 생각하면 못하는 겁니다. 돈을 생각해도 못 만드는 거고…."]
돈이 되든 안 되든 묵묵히 걸어온 58년 외길.
김병수 명장에게 전통은 목숨처럼 지켜야 할 유산입니다.
전통공예의 정수, 소목의 맥을 잇는 공방.
벽면을 가득 채운 목재 표본에서 나무를 대하는 소목장의 진심이 보입니다.
[김병수/소목장·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 "피(껍데기)가 붙어 있으면 나무 속은 모르는 거거든요. 나무 속이 어떤가, 가구로써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그걸 연구하기 위해서 모으게 된 겁니다."]
나무의 겉과 속을 훤히 알아도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려면 오랜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수백 년의 생을 마감한 고목도 10년 이상 말려야 변형이 없는데요.
건조실로 옮겨 다시 여러 해를 묵힌 이 느티나무는 500살이 넘습니다.
[김병수/소목장·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 "좋은 나무는 무값이라. 값이 없는 나무인데 몇백 년이 안 되면 이 정도 문양이 나올 수가 없어요. 특히 전통 목가구는 문양을 살리는 게 특징이라. 세계 어느 나라 가구도 문양을 살려서 만드는 가구는 없어요."]
소목은 나무의 결과 문양을 살리는 작업.
감나무 100그루를 켜도 만나기 힘든 먹감은 산수화 같은 무늬를 살리기도 하지만 문짝이나 서랍 가장자리에 들어갈 문양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룝니다.
얇게 켠 먹감에 홈을 파서 연결하고 배색으로 은행나무를 붙이면 펜으로 그은 듯 세밀한 아(亞)자문이 나옵니다.
[김병수/소목장·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 "한쪽에는 이렇게 붙이고, 한쪽에는 이렇게... 가장자리에서 치장하는 거라."]
[김병수/소목장·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 "아교 일 할 때는 돌아가시는 우리 아버지가 오셔도 안 쳐다보는 거라고 했어."]
생선 부레를 끓인 아교로 두 나무가 감쪽같이 한 몸이 됐는데요.
대패질을 거듭해 문 가장자리에 상감하기까지 수많은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문양도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최고의 연장이나 다름없는 손가락을 잃어가며 지킨 소목은 고단함의 연속입니다.
[김병수/소목장·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 "나무가 모자라서 잘라 넣었습니다. 큰 손가락이 이게 힘을 다 주는 건데 이것만 가지고 일을 하니까 이 뼈가 관절이 와서 조금 오래 하면 지장이 많아요."]
오동나무와 참죽나무로 가볍고 튼튼한 책장을 만드는 데도 6개월 이상이 걸리는데요.
못 하나 없이 100년, 200년을 견디는 짜맞춤 솜씨에서 김병수 소목장의 내공이 느껴지죠.
반세기 넘게 동고동락한 연장도 직접 만든 게 대부분입니다.
낙동법으로 입체감을 살린 오동나무 책장, 나무의 시간이 용목으로 남은 느티나무 삼층장, 진주 소목의 개성이 담긴 반닫이.
나무와 장인이 같이 완성한 작품은 단아한 멋과 실용성을 자랑합니다.
[김병수/소목장·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 "뭘 만들어야 이게 제대로 만들어질까 거기에 고민을 엄청 많이 하게 됩니다. 죽을 때까지 해야 되죠."]
먹고 살기 위해 소목에 뛰어든 열네 살 소년은 어느새 일흔 둘의 노장이 됐습니다.
[김병수/소목장·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 "짝을 맞춘다고 가정하면 얼마나 멋있어요. 나무가 식구보다 더 중요하지요. 나무가 없으면 목수가 없는 것 아닙니까? 나무가 없으면 죽는 거지 뭐."]
중요무형문화제 제55호 소목장 이수자, 대한민국 가구제작 명장.
김병수 소목장은 느티나무를 닮은 장인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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