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반도체 투자전쟁 격화...생산장비 확보 '사활'
[앵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전 세계 주요 나라는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고 있습니다.
산업 측면을 넘어 안보로까지 인식하면서 핵심 생산 장비를 확보하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여기는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김태민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현재 전 세계 반도체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은 우리나라와 타이완이 맡고 있습니다.
컴퓨터·인공지능·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분야의 절대 강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공급망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 세계는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역량을 갖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반도체산업 육성에 50조 원을 쏟아붓겠다는 미국의 반도체 법이 대표적입니다.
[지나 러몬도 / 미 상무장관 (미 하원 반도체법 1년 청문회, 지난 9월) : 반도체법의 목적은 국가 안보를 위한 겁니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데 한 푼도 쓰이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드는 반도체 생산 시설 가운데서도 핵심은 네덜란드 기업 ASML이 독점 생산하는 노광장비입니다.
극자외선을 이용해 머리카락 굵기의 10,000분의 1보다 가늘게 반도체 설계회로를 그려 넣을 수 있는 이 장비가 없다면 첨단 반도체 생산은 불가능합니다.
[유혜미 /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YTN 굿모닝경제 출연) : 반도체가 점점 고도화되고 집적화 될수록 회로가 굉장히 좁고 가늘어지게 되는데요. 이 정교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바로 네덜란드이고 이 네덜란드의 기업이 바로 ASML인 것이죠.]
미국이 일정 수준 이상의 노광장비를 중국에 들여보내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ASML과 비슷한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경쟁 업체조차 없다 보니 누가 먼저 물량을 확보하느냐부터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안기현 / 반도체산업협회 전무 : 현재는 반도체 제조를 직접 해야만 반도체가 필요한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반도체 제조 공급망 자체를 자국화하는 걸로 가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지분 투자와 수조 원대 장기계약 등을 통해 ASML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설비 확보가 국가 차원의 과제로 부상하면서 앞으로 정부 지원의 중요성도 점점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김태민입니다.
영상편집: 박정란
그래픽: 이원희
YTN 김태민 (t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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