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베트남 국빈방문…대규모 투자 약속하며 미국 견제 나설 듯
시 주석 “운명 공동체 건설 추진 희망”
바이든 베트남 찾은 지 3개월 만에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현지시간) 베트남 권력서열 1위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초청으로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기로 합의한 지 약 3개월 만에 시 주석이 선물 보따리를 들고 베트남을 찾은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베트남 관계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베트남을 찾았다. 2015년과 2017년에 이어 세 번째 베트남 방문이다. 베트남에선 팜 민 찐 총리가 직접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나와 시 주석을 맞았다.
이어 시 주석은 쫑 서기장을 만나 “베트남 정치 상황이 안정되고 인민 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것에 대해 동지이자 형제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중국은 베트남이 추진하는 사회주의 건설 사업을 확고히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베트남에 머무는 동안 보 반 트엉 국가주석 등 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은 당 차원의 교류와 안보·방위·법무·교역·농산물 수출입 등 사실상 전 분야에 걸쳐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철도와 고속도로 등 인프라 건설 방안도 논의할 계획인데, 시 주석은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약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베트남 방문에 앞서 베트남 노동당 기관지 인민보에 실린 ‘전략적 의미를 지닌 중국·베트남 운명공동체 구축’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양국이 전통적 우호의 초심을 잊지 않고 함께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가며 운명공동체 건설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교역국으로 양국의 지난해 교역액은 1756억달러(약 230조5628억원)에 달했다. 올해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15년이 됐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이번 베트남 방문을 통해 미국 견제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월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당시 외신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베트남을 가까이 두려는 행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베트남과의 관계를 격상하며 우호를 과시했다. 인텔과 구글, 보잉 등 기업 고위 관계자들을 경제사절단에 대거 포함해 베트남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새로운 반도체 파트너십을 체결해 베트남을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토류 공급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면서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베트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중국은 이에 지난 1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을 베트남에 보내 시 주석 국빈 방문 일정과 현안을 조율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과 쩐 루 꽝 부총리는 중국이 첨단기술 및 친환경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과학·기술·환경·교통·농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나아가 중국은 베트남과 기존 ‘포괄적 전략 동반자’에서 ‘인류운명공동체’로 관계를 재정립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인류운명공동체는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처음 언급한 표현이다.
다만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등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며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며 계속 마찰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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