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고 또 내려놨다"…김윤석, '노량'으로 만난 이순신
[Dispatch=김다은기자] "내려놓고 또 내려놨습니다." (이하 김윤석)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의 최후 전투를 완성한다. 1598년 11월. 경상남도 노량의 바다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이순신의 굳은 신념을 오롯이 전하고자 했다.
김윤석은 "'잘해봤자 본전이다'는 말이 딱 맞는 역할이었다"며 "기를 쓰고 연기해도 장군님의 실체가 겨우 느껴지는 정도라 여겼다"고 이순신 역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이순신은 7년에 이르는 국난 속 유일하게 승전고를 울린 역사적 인물. 백성들에게 희망을 전한 장수이자 조선을 지켜낸 장본인이다. 김윤석은 그의 이야기가 더 많아지길 바랐다.
"앞으로도 저보다 뛰어난 연기자가 또 다른 감독과 함께 이순신 장군님의 역할과 영화를 이어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김윤석)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측이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한민 감독부터 배우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 등이 참석했다.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 전투를 그린다.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마지막 편이다.
김윤석은 완성본을 본 소회를 밝혔다. "조금 전에 영화를 봤는데 너무 설렌다. 이런 자리에도 몇 년 만에 나온다"며 "흥분된 기분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벅찬 감정을 털어놨다.
김윤석이 이순신을 맡았다. '명량' 최민식과 '한산' 박해일에 이어 '노량' 속 조선 수군을 지휘한다. 이순신의 굳건한 신념을 마지막까지 펼친다.
김윤석은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순신은 너무 부담스러우면서도 영광스러운 역할인 것 같다"며 "명량· 한산·노량 중 한 작품을 한다면 노량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대한 만큼, 고민도 깊었다. 김윤석은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어땠을까 상상하는 것부터 어려웠다"며 "장군의 생각을 내 몸을 빌려 대사로 만드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돌이켰다.
감독과 많은 시간 머리를 맞댔다. 특히 김 감독은 김윤석에 "속내는 가늠할 수 없고 신념에 찬 단호함이 있어 믿고 따르고 싶은, 더 외로워진 이순신을 표현해달라"고 주문했다.
김윤석은 "모두가 이 전쟁을 그만하자 외친 순간에서 이순신의 생각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가장 벅찬 순간이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힘든 장면으로는 원테이크 신을 꼽았다. 그는 "그때 나오는 감정을 다 살려서 뱉어보자 다짐했다"면서 "음악도 배제된 상태에서 모든 감정을 쏟아내야 했다"고 회상했다.
김윤석의 고뇌는 성공적이었다. 완전한 왜군 섬멸을 위해, 망설임 없이 전장의 바다로 나선 이순신 그 자체로 변신했다. 가족과 동료를 잃고도 백성을 지키고자 했던 장군의 의지를 담담하게 그렸다.
극 중 이순신의 장남 '이회'로 호흡한 안보현 또한 감탄했다. 그는 "선배님과 작품 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내 인생에 쉽게 오지 않은 날들이었다"고 표현했다.
이순신은 실제 완전한 항복 없이는 후대가 다시 고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티끌 없는 종전을 원했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나라를 향한 의에 충실한 인물이었다.
김윤석은 존경심을 표했다. "장군님이 전쟁을 어떻게 올바르게 끝냈는지, 어떤 영향력을 후손들에게 물려줬는지 돌이켰다"며 "다시는 (왜군에) 이 땅을 넘볼 수 없게 한 인물이다"고 했다.
김윤석에게 '노량'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명량'의 최민식 배우가 꺼낸 말을 회상했다. "이순신 장군은 잘해봤자 본전인 역할이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를 쓰고 잘하겠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완성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내려놓아야 장군님의 실체가 겨우 느껴지는 정도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장군의 생애는 그 자체로 묵직한 울림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했다.
김윤석은 "초등학생 때 '성웅 이순신'(1971년)을 보며 울었던 기억이 있다"며 "앞으로도 뛰어난 연기자와 감독이 함께 장군님의 역할과 영화를 이어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영화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사진=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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